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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호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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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최근 ‘잉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대 ‘잉여인간’들을 위한 잡지 <월간 잉여>가 창간됐으며 웹툰 <잉여도감>이 SK플래닛 T스토어에 연재되고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잉여(剩餘)’라는 단어는 이렇게 정의돼 있다.

1.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로 순화, 2. <수학> ‘나머지’의 전 용어. 즉 ‘잉여’는 굳이 꼭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잉여’는 ‘남아도는 청춘’ ‘갈 곳 없는 청춘’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28일 개봉된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이 시대 방황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단기간에 1만 관객을 모았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한 2013년 4·4분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로 선정됐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자신들을 ‘잉여’라고 부르는 네 명의 청년들이 1년 동안 유럽 여행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 여름 영화과 동기인 호재(이호재·28), 하비(하승엽·26), 현학(이현학·24), 휘(김휘·24)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영상제작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들이 각자 손에 쥔 돈은 200만원이었다.

다음 학기를 다니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빚을 내서 학교를 다닐지, 아니면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들은 졸업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당시 이들의 손에는 현금 80만원과 카메라 1대만이 들려 있었다. 영화 주인공 4명 중 리더 역할을 맡은 이호재 감독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개봉이라는 마지막 히치하이킹이 남아 있었는데, 모든 과정이 한 단계씩 해결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다 영화과로 방향을 바꿨다. 예술영화전용관 영사실에서 일하면서 영화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인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지만 그는 이 사회에서 ‘잉여’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잉여’ 였죠.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죠. 사회에서 원하는 것,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은 잘하지 못하니까 ‘잉여’ 맞죠. 극영화를 하고 싶어 연출 전공을 했는데 재능있고 잘하는 친구들은 정말 많더라고요.”

하지만 유럽에 가자 네 명의 ‘잉여’들은 달라졌다. 이들은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호스텔 홍보영상을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침대와 식사를 제공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주는 호스텔은 어디에도 없었다. 들고 간 80만원은 한 달도 안돼 바닥이 났다. 노숙을 한 지 3일째, 한국 민박집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나 그 동포는 홍보영상은 부탁하지 않고 햄버거만 하나씩 사주고 사라졌다.

홍보영상 제작으로 유럽 숙박업계선 ‘유명 인사’

“첫 호스텔 영상을 만들기까지 숙박업소에 보낸 이메일이 500통 가까이 됩니다. ‘우리의 영상으로 당신의 침대, 그리고 식사를 바꾸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저희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을 본문에 설명했는데 아무도 답변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호스텔에서 연락이 와 영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후 그 영상이 각종 사이트에 공개되자 제가 이메일을 보냈던 모든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네 명의 ‘잉여’들이 유럽 호스텔계의 ‘유명 인사’로 부상한 것이다. 이 감독은 이런 과정을 찍은 테이프를 5개월 동안 편집해 국내 배급사에 보냈다. 바로 이 영화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 감독이 유럽에서 머물며 가장 힘들었던 건 노숙생활도, 히치하이킹도 아니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중도에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상상하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학교를 다닐 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재능은 없는 것 같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 험난한 과정을 지속해 나갈지 몰라 아무 것도 못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달랐습니다. 노숙을 하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단돈 80만원밖에 없었지만 그것 자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나름의 기대감과 즐거움은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잉여’라고 여겼고 주변에서도

저희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반면 유럽 땅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하다 보니 그것 자체만으로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네 명의 멤버 중 휘(김휘)와 하비(하승엽)는 군복무 중이다. 이들이 제대하는 2016년에는 네 명이 다시 모여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때는 히치하이킹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동수단으로 전용 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공연·영상을 상영하며, 작업도 하는 ‘복합적인 창작물’을 만들 예정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직접 문화를 전파하고 행복이라는 가치를 나누고 싶은 게 이들의 목표다.

“비단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 외에도 의사, 요리사, 건축가, 엔지니어 등 많은 이들이 함께 모인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펼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꿈의 영역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계 각지를 유랑하는 게 ‘잉여’들의 다음 목표입니다.”

글·김혜민 기자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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