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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회사서 러브콜, 마케팅 전문가 박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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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 남자의 지갑에는 16개의 명함이 들어 있다. 게임회사, 법무법인, 제약회사 등 업종도 제각각인 이 명함들의 주인은 마케팅 전문가 박용후(48)씨 한 사람이다.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벤처회사 카카오의 홍보이사와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을 거쳐 현재 ‘뽀로로’를 만든 오콘의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를 비롯해 한솥도시락, 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 게임 아이러브커피를 내놓은 파티스튜디오, 유유제약, 통신전문업체 KTN까지 포함해 제과회사, 전자회사 등 총 16개 회사의 컨설팅 고문으로 일한다.

박용후 고문은 자신의 역할을 ‘마케팅 컨설팅’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관점 디자이너’라는 말을 사용한다. “상품을 많이 팔도록 돕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그는 말했다.

2010년 초 카카오톡을 마케팅하던 것을 예로 들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유료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당연히 누려 마땅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무료이면서 유료 못지않은 기능을 제공하고,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올리지도 않았다. 이런 점을 부각해 ‘고마운 카카오톡’ 이미지를 심기 시작했다. 당연한 것을 ‘고마운 것’으로 관점을 바꾸도록 유도해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이다. 이제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고문은 “이렇게 기상천외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당연한 것을 기상천외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회사가 돈을 벌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업 관계자와 CEO를 만날 때마다 그는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제트기를 타고 가는 조종사는 온 시야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듯이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기업인도 시야가 좁아진다. 박 고문은 “그 시점을 넓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백화점 컨설팅을 진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객이 백화점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쇼핑을 돕기 위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백화점 관계자들은 그저 할인정보 제공하기에만 급급했지 고객의 시각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한솥도시락의 마케팅 컨설팅을 맡게 됐을 때의 일이다.

도시락 구매 고객에게 주는 메뉴 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훌륭한 구매 유인책이 될 것 같았다. 자신이 컨설팅을 맡은 아이러브커피 게임이 번뜩 떠올랐다. 얼마 후 도시락 구매 고객에게 전단처럼 게임 쿠폰을 주는 프로모션을 벌였다. 해당 기간 동안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퍼센트나 늘어났다.

일 평균 8천명이 쿠폰을 받아 게임에 사용했다. 게임회사와 도시락회사 모두 윈-윈(win-win)한 것이다.

 

뛰어난 인맥관리… 벤처기업 CEO 거쳐 마케팅 고수 올라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왜 마케팅 포인트를 스스로 짚어내지 못할까.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좁은 시야를 갖고 그 안에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 고문은 말한다. 그는 농담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누가 나한테 욕을 하면 화가 나기에 앞서 왜 그 단어가 욕설이 됐는지가 궁금해진다. 갇힌 시야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루는 어느 유명 외제차의 타이어 새까맣게 변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 회사 판매 사원에게 물어봤더니 “브레이크를 밟을 때 생기는 철 분진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휠에 자성을 띠게 만들어 달라붙게 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이 브랜드는 다르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이 차이 하나가 명품을 만든다”고 박 고문은 말했다. 기대를 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처 기대하지 않은 한 가지를 더 채워줄 때 사람은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박 고문은 원래 IT 전문 잡지에서 일하던 기자 출신이다. 이후 CNET 한국지사장을 비롯해 여러 매체의 편집장과 언론사, 기술벤처기업의 CEO를 역임했다. 사업에서 성공해 업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고 뜻하지 않은 실패를 겪기도 했다. 그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이를 경험으로 승화시켜 자산을 챙겼다.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바로 ‘인맥’이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6천명이 넘는 사람이 등록되어 있고 500여 명의 기자와 알고 지낸다. 도시락과 게임의 만남처럼 그가 가진 네트워크 안에서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일도 빈번하다. “인맥 관리 비결은 간단하다. 먼저 베풀어야 한다.

‘주고 받는’ 것이지 ‘받고 주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베풀고 살다보면 반드시 돌아온다.”

남들 일에 발벗고 나서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지랖이 넓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덕을 보는 일이 더 많다. 최근 그는 자신의 마케팅 컨설팅 경험을 집약한 <관점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을 펴냈다. 박 고문은 “지인들이 한 부씩 사고 입소문을 내줬다”며 ‘인맥의 힘’을 강조했다.

최근 그는 경험의 공유를 위해 ‘share the experience(경험의 나눔)’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연령과 분야를 막론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벌써 150명의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조직 안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이 아닌 제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 남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동감의 요소를 많이 만들어서 공감하게 만드는 것, 내가 정의하는 마케팅의 의미다.”

글·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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