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청년 취업난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청년취업자가 2008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하는 등 청년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서도 취업난을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기는 청년들이 있다. 구직자들이 몰리는 대기업 대신 미래 비전 등을 보고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들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국내 고용의 80%쯤은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이 너도나도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에 취업하려다 보니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청년들은 ‘구직난’을 겪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 만큼 취업준비생들도 중소기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신하영 씨는 중소기업 쪽으로 눈을 돌린 젊은이 중 한 명이다. 미용업종에 종사하기를 꿈꾸며 준비하던 신씨는 화장품회사인 클리오에서 지난해 9월부터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이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홍보 서포터다. 여러 매체에서 요청하는 화장품을 찾아 보내주는 일이다. 이 업무를 시작한 후 그는 자신이 찾아 보낸 화장품들이 다음 달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이 회사 발전에 적으나마 기여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신씨는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부서 팀원들의 결속력이 좋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팀원들끼리 서로 챙기며 재미있게 일하자는 분위기다. 신씨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여가 될 무렵 팀원들이 입사 한 달 기념 파티를 열어 주었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불러주며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신씨는 “아이들에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환상의 세계이듯 내 꿈을 펼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화장품들이 즐비한 클리오가 내게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한 이현정 씨. 그 역시 여느 청년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직장이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마음고생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적어도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더 이상 이런 생활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끝에 “글을 쓰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채용 사이트를 통해 규모에 상관없이 스스로 원하는 업무를 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열심히 찾았다. 고르고 고른 회사가 현재 근무하는 영상 제작 전문업체인 보다미디어였다. 마침내 취업준비생이라는 낙인을 떼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씨는 지금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다. 보다미디어는 방송·CF·뮤직비디오·홍보영상·교육영상 등 영상 제작 전문업체다. 박씨는 5분짜리 영상 대본을 쓰며 수십 번을 수정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그러면서도 행복한 나날이라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한 지 1년 남짓 된 이씨는 구성원들의 열정에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 동료들은 많은 영상제작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밤을 하얗게 보낸다. 얼마 전에는 공공기관 영상제작 사업 입찰에 도전하기 위해 제안서를 만드느라 주말도 반납하고 몸으로 부딪쳤다. 이렇게 준비한 제안서가 탈락했을 때는 상실감과 허탈감도 컸다.
그러나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팀장의 말에 다시 힘을 내 재도전한 끝에 기어코 사업을 따냈다. 이 기쁜 소식에 이씨를 비롯한 모든 직원은 그동안의 야근으로 더께처럼 쌓였던 피로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라다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맡은 이재왕 씨. 중소기업인 라다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취업준비생이었다. 이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의지를 불태우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일할 기업을 찾았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연봉과 복지 등 대기업의 근무조건에 맞추다 보니 중소기업에서는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없어서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씨는 온갖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그 높은 벽을 뛰어넘는 광경을 그저 부러운 듯 바라볼 뿐이었다. 남들이 토익·유학·연수·봉사활동 등 자기계발에 힘쓰는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깊은 좌절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지나고 이씨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 중소기업청년인턴제를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입사한 곳이 모바일 임베디드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IT업체인 라다카였다. 입사 후 이씨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좋은 시설과 다양한 복지혜택 때문이다.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말도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야근수당·주말근무수당·야근식대·야근교통비를 빠뜨리지 않고 지급한다. 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글·박기태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