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4일 올해의 자활명장으로 크린케어 주보순 이사를 선정했다. 주 이사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3년간 부산 강서구 자활센터에서 청소사업단에 배속돼 공공근로를 했다. 그는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8년 청소 전문 자활공동체인 ‘늘푸른사람들’을 만들었고 2010년에는 크린케어의 설립을 주도했다. 이 회사에는 주 이사처럼 기초생활수급 대상이었다가 자활에 성공한 3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크린케어는 부산 강서구청, 부산진구청, 연제구청 산하 자활센터에서 공공근로를 하던 이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립한 사업체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정부 지원에 의지해 살던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저소득층이 모여 독자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사회적기업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점 때문이다.
주 이사의 직함은 ‘이사’지만 그는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청소용역을 하는 근로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주 이사는 회사 살림을 살피면서도 한편으론 바닥 광택을 내는 청소 전문가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주 이사는 지난 2002년 폐암을 앓던 남편과 사별한 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됐다. 그는 한 달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막막함 속에 살았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가 책임져야 할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 당시 학생인 둘째 아들이 있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눈을 질끈 감고 식당 등을 전전하던 그는 어느 날 강서구 자활센터에서 청소용역단 활동을 권유받고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8 뒤 그는 동병상련의 과정을 거친 동료들과 자활공동체인 크린케어를 설립,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고 있다.
크린케어 설립을 주도하셨는데 직함이 대표가 아니라 이사입니다.
“사실 저는 명함도 없어요. 그냥 다른 직원들처럼 근로자일 뿐입니다. 제가 강서구 자활센터에 있다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벗어날 즈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함께 일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시작한 일입니다. 행정을 잘 모르고 해서 자활센터에 계시는 분이 대표를 맡으셔서 우릴 도와주고 계십니다. 근로자 대표로 이사라는 직함이 붙은 것뿐입니다.”
언제부터 청소 관련 일을 했나요.
“강서구 쪽에서 식당일 등을 하다가 ‘먹고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활센터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도배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해서 2004년 청소사업단에 들어가 일을 배웠어요. 막상 해보니까 집안 청소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전문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기회가 될 때마다 청소하는 방법도 배우고 열심히 했습니다.”
2008년 자활센터를 벗어나 독립하게 된 배경은.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 기초수급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이었어요. 그럼 자활센터에서 더 이상 일할 수가 없습니다. 센터 실장님이 뜻맞는 분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일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처음에는 ‘늘푸른사람들’이라는 명칭으로 강서구청 자활센터에서 알게 된 3명과 시작했어요.
그런데 부산진구와 연제구에도 나 같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됐고 이분들과 합쳐 13명이 참여하는 광역자활공동체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게 크린케어예요. 정부 지원을 받고 사업자 등록을 낼 수 있게 힘써주신 김일삼 부산진구자활센터 실장님께 감사합니다.”
몇 년 새 꽤 성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성장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고요. 처음 시작할 때 13명이었는데, 지금은 직원이 35명입니다. 월 급여와 관리비 등을 정산할 때면 ‘정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분야의 청소업을 하고 있나요.
“크린케어는 청소와 관련된 일은 다 합니다. 바닥 청소, 환풍기 청소, 정화조 청소, 방역 등도 하고 있어요. 부산시교육청에서 ‘깨끗한 학교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저희 직원들이 일부 학교에 상주하며 일을 합니다. 상주팀이 아니면 대행팀에서 일하는데, 주말 위주로 전문성이 필요한 청소 일감을 받아 출장을 갑니다.”
올해 직원들의 급여를 올릴 계획인가요.
“우리의 주요 수입원이 학교에 상주해서 청소하는 일인데, 부산시 교육청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한다고 전해왔어요. 학교에서 조금 보전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시청 같은 큰 기관의 일을 따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나요.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정말 막막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요. 일하는 보람도 있고요. 넉넉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그럭저럭 먹고삽니다. 큰아들 수술비도 필요하고 해서 더 열심히 벌어야 합니다.”
앞으로 직원들을 더 늘릴 계획인가요.
“무조건 직원수를 늘릴 수만은 없습니다. 학교 청소용역 계약이 추가되거나 관공서 등 상주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 서비스 교육도 강화하면서 차근차근 헤쳐나가야죠. 지금은 연말이고 내년 계약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일하는 중입니다.”
일하다 보면 어려움도 겪게 마련인데.
“조금씩 양보하면서 일하면 직원 간에 불화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정년이 없어요. 내가 일할 수 있고 또 열심히만 하면 내 회사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솔선수범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물론 현장에서 청소일 한다고 무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그럴 땐 우리끼리 술 한잔 하고 털어버립니다. 이건 내 직장이고 내 직업이니까요. 더 열심히 하자고 서로 격려해주죠.”
자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정부나 주변에서 나를 끝까지 책임지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지나면 내 앞길은 내가 개척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우리 회사가 튼튼해지면 나도 좋고 회사도 좋잖아요. 정말 지저분한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내 기분도 좋아집니다. 이렇게 만족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글·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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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