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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퍼센트의 국민이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의 에닝요(32)는 자신으로 인해 불거진 특별귀화 논란에 담담한 모습이었다. 본명 에니오 올리베이라 주니오르(Enio Oliveira Junior). 에닝요로 등록된 이 선수는 태극마크에 가장 근접했던 첫 귀화 한국인 선수가 될 뻔했다. 그러나 해프닝에 그친 논란도 에닝요의 한국사랑을 막아 설수는 없었다. 에닝요는 “한국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한국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올해로 한국생활 만 8년째를 맞는 에닝요는 2003년 수원 삼성 소속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그가 첫해 남긴 기록은 초라했다. 21경기 2골 2도움. 그는 여느 외국인 선수처럼 적응에 실패하며 잊혀져 갔다.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들은 그 외에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에닝요는 조금 달랐다. 브라질의 여러 클럽을 떠돌던 그는 2007년 대구FC 소속으로 다시 한국 무대에 섰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각오가 남달랐다. 그런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에닝요는 대구에서 두 시즌을 뛰며 21골 16도움으로 한국 축구 무대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K리그 빅 클럽들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북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이 에닝요를 영입했다. 최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에닝요의 공격 본능을 덧칠했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둘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에닝요는 2009년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렸다. 2011년 챔피언 결정전 1~2차전에서는 3골을 넣으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2009년 부터 2011년까지 3시즌 동안 그가 세운 기록은 87경기 39골 30도움.

에닝요는 한 인터뷰에서 “전북에서 최 감독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기량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최 감독님과 전북, 그리고 한국축구에 보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에닝요는 축구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그의 활약은 K리그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이 2011년 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최 감독은 부진한 대표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맡았다. ‘원 포인트 릴리프’ 성격이 강했다. 최 감독 스스로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까지라며 임기를 분명하게 못박았다.

최 감독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이용하고자 했다. 대표팀 공격수로 이동국과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에닝요를 염두에 뒀다. 에닝요는 이미 한국 체류 5년을 넘겨 특별귀화 조건에 부합했다. 2010년 도입한 우수인재 복수국적 취득 추천자로 특별귀화 자격을 갖췄다.

대한축구협회는 최 감독의 요청에 따라 특별귀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2월 말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에닝요는 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5월 초 에닝요의 특별귀화 추진이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실력이 뛰어나 대표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적지 않은 나이로 브라질월드컵에서 뛰기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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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의 짧은 한국어 실력과 한국어 습득 노력, 진정성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에닝요는 “선수들과 2시간 정도는 충분히 수다를 떨 정도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통역이 항상 곁에 있어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협회는 서둘러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 특별귀화 추천을 요청했다.

체육회의 답변은 싸늘했다.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는 “에닝요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한 외국인으로 이중국적을 취득할 경우 혼란이 따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전례도 없어 무리하게 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부결안을 전달했다. 재심요청도 기각됐다.

최 감독은 “에닝요는 전형적인 한국형 용병이다. 3년 동안 함께 하면서 진정성도 충분히 파악했다. 말을 잘하더라도 진정성은 보장할 수 없다. 에닝요는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대표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에닝요는 귀화 논란으로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말수가 줄어들었다. 의연한 척 대처하려고 했다. 지난해 38경기에 출전해 15골 13도움을 기록했다. 수치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와 가까운 관계자는 “에닝요가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다. 체력문제와 겹쳐 심신이 크게 지쳤다.

이것이 후반기 경기력 저하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귀화 논란이 일단락되자 에닝요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귀화 논란에 대한) 부담을 완벽하게 떨쳐내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속상했습니다. 축구선수 에닝요를 반대했다면 차라리 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정성이나 순혈 등 인종문제로 거론된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홀가분합니다. 50퍼센트의 국민이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기쁩니다. 저를 반대하신 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합니다.”

에닝요는 2011년 연말부터 귀화의 꿈을 키웠다. 2012년이 되면 귀화 조건인 거주 5년을 채운다는 말을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국가대표팀 꿈도 그려봤다. 그는 “진정성을 담아 한국축구에 자그마한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브라질 전지훈련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그 자체였다.

“가족은 한국생활에 크게 만족합니다.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습니다. 브라질에 계신 부모님도 귀화에 긍정적입니다.”

귀화 논란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에닝요는 한 달간의 꿀맛 같은 휴가를 마치고 오는 10일 브라질에서 합류하는 전북 선수단과 함께 새 시즌을 준비한다. 에닝요는 또 다시 태극기가 그려진 축구화를 신고 녹색의 그라운드를 수놓을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하기 위해서다.

글·박상준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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