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하 서방’의 처갓집 온돌방 사랑

1

 

3아름다운 나라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8년째, 함께 나누고 싶은 말이 참 많다. 나는 현재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의 네덜란드투자진흥청 주한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주 업무는 유럽 특히 네덜란드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한국기업을 찾아 이들을 돕는 일이다. 다행히 한국기업들은 유럽의 관문으로 네덜란드를 선호해 일이 많은 편이다. 부임 첫 해 나는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 이후 한국에서 내 삶은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해졌다.

설은 내게는 매우 특별한 명절이다. 결혼한 후 우리 부부는 매년 설이 되면 장인·장모님을 찾아뵙는다. 두 분은 광주광역시에 사신다. 보통 설 이틀 전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가는 동안 우리는 차 안에서 한국노래를 즐겨 듣는다. 나는 발라드도 좋아하지만 트로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차 안에 늘 트로트 CD를 구비해 놓는다.

광주에 도착하면 곧바로 담양의 시골집으로 간다. 처가 쪽 친지들이 모두 그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처가 식구들은 내 성(姓)인 반 우오든(Van Woerden)이 너무 길어 줄여서 하 서방이라고 부른다. 반 서방 혹은 우오든 서방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는가 보다. 아무튼 내 이름이 하리(Harry)여서 장인어른이 그냥 하 서방이라고 정했다.

처가에는 온돌방이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온돌에서의 잠자리는 정말이지 색다른 경험이다. 2층에 침대가 있지만 처가에 갈 때면 나는 늘 온돌방을 찾는다. 내게는 온돌방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없다. 오히려 온돌이야말로 수면건강에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차례상을 보고도 의아스러웠다. 다들 왜 그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내는 그 음식은 조상을 위한 것이며, 먼저 모두 조상들께 절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내게는 그 말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조상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매우 고귀한 행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상에 차려진 음식을 치우고 난 뒤 다시 음식을 올려놓고 식사하는 것이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웠다.

친척 아주머니들은 내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내가 어떤 음식을 집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듯하다. 아마도 외국인인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호기심이 발동하는 듯하다. 바닥에 오래 앉아 함께 식사하는 일이 내게는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다리를 쭉 펴고 벽에 몸을 기대면 모두 웃으면서 너그러이 봐준다.

한국생활도 어느 정도 되었기에 대부분의 한국어는 알아듣지만 아내의 고향에서는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다. 보통 이곳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는 사투리를 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안타까운 눈길을 보낸다. 나도 그렇지만 모두 이 상황을 재미있어 한다.

처가를 떠나는 일도 쉽지는 않다. 보는 친지들마다 하룻밤 더 묵고 가라고 부탁하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설은 정말이지 멋지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명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하리 반 우오든(주한 네덜란드투자진흥청 대표)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