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하대병원에서 만난 울루그벡 씨는 TV 출연 소감을 묻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깔깔 웃었다. “방송 출연은 처음이라 무척 긴장했다”는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취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녹화 전날까지 했다”고 한다.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회’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녹화 들어가기 일주일 전쯤 예전 방송 CD를 주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어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죠. 그렇게 고민 끝에 나간 자리였는데 우승을 하게 돼 기뻐요.”
녹화가 진행된 것은 지난 8월 19일(9월 9일 방송), 여주대 운동장에서 치러진 승부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다. 이날 연예인 스타 군단에 맞선 상대팀은 한국국제보건재단 드림팀. 재단이 주관하는 개발도상국 보건인력 교육 프로그램인 ‘이종욱 펠로우십’을 통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종욱 펠로우들과 재단 협력병원 전공의들로 꾸려진 팀이었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이들을 방송에서는 ‘강력한 브레인과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무장한 글로벌 메디컬 정예군단’이라고 소개했다.


총 5단계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출발 드림팀>경기는 운동으로 단련된 스타 군단에게도 쉽지 않았다. 드림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리키 김, 최성조 등도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의사인 울루그벡 씨가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총 5단계의 장애물 경기 중 대부분의 참가자가 탈락한 4단계를 통과한 것이 승리를 이끈 요인이었다. 4단계는 첫 번째 작은 그네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다음 중간 지점에서 회전하는 원통의 대형 그네에 매달려 이동한 후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안착하는 고난이도의 게임이었다.
“가족에게 한국 TV에 출연했다는 얘기를 했어요. 다들 무척 궁금해하죠.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만 한국 방송이 나와서 저희 가족은 볼 수가 없어요. 나중에 방송국에서 녹화 CD를 준다고 하니, 귀국할 때 가져가 함께 보려고요.”
“축구, 배구, 농구 등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축구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요즘도 매주 토요일이면 한국에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이 모여 만든 축구 클럽에 나간다. 고향 사람을 만나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축구를 실컷 할 수 있어 일주일 중 그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울루그벡 씨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출신으로 ‘타슈켄트 메디컬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 학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의과대학이라고 한다. 그는 인하대병원에서의 연수를 무척 즐거워했다.
“안과의 경우, 두 나라 의대에서 배우는 교재가 비슷해 지식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장비의 차이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최신 기기들이 즐비한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특별히 어떤 장비가 인상적이었는지 묻자 그는 “전부 다”라며 “처음 여기 왔을 때, 우리는 큰 병원에서도 갖추지 못한 장비들이 진료실마다 놓여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시력 교정술인 라식 수술만 해도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었지만 타슈켄트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 한 곳에서만 수술이 가능했어요. 최근 몇 군데 더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수술 건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나 양질의 서비스에서 한국이 의료 선진국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게 연수 기회를 준 ‘이종욱 펠로우십’은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주관하는 것으로 ‘개발도상국 보건 인력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종욱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의 선출직 수장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올라 에이즈 퇴치와 조류 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해 헌신해 오다 2006년 타계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이종욱 펠로우십’을 비롯해 WHO와 공동제정한 ‘이종욱 공공보건 기념상’ 등 그를 기리는 기념사업을 주관해 오고 있다.
‘이종욱 펠로우십’은 2007년부터 실시돼 그동안 총 23개국에서 3백여 명의 의료 인력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연세의료원, 고려대학교 의료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경희대학교 국제한의학교육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는 현재 울루그벡 씨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에서 온 의사 11명이 머물고 있다. 연수 기간은 의사 1기가 3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 의사 2기가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간호사가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이다.
울루그벡 씨는 의대 재학 시절부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병원 현대화 사업, 모자(母子) 보건을 위한 이동 클리닉, 모자보건센터 설립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어 한국 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그는 “혹시라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탈이 날까봐 소화제를 많이 챙겨왔는데 먹을 일이 없었다”며 웃었다. 지면을 빌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인하대 의료원, 안과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주베키스탄 의사로서 이제 막 첫발을 뗀 시점에서 한국의 선진의료 환경을 경험하게 된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서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져서, 더 많은 의사가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최선희 객원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