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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기름 유출 추적 전문 인천해경 조현진 기동방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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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에서 독도까지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해양경찰청의 모토다. 해양경찰청은 해양 경비를 통해 바다를 지키는 동시에, 해상 ‘방제업무’도 담당한다. 해양경찰청 기동방제과는 해상 사고 예방과 함께 사고 발생시 효과적인 처리를 위해 노력하는 부서다. 기동방제과에는 미혼의 ‘홍일점’ 간부가 있다. 조현진(40) 과장이다. 조과장은 일본에서 플랑크톤에 관련한 연구를 한 환경공학박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부터 해경에서 근무한 ‘해상 방제 전문가’다. 해양경찰청이 생긴 이래 최초로 배출한 총경급(4급) 여성 서기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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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방제과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기동방제과는 기본적으로 해양오염사고에 대비·대응하는 곳입니다.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방제전략을 세워 방제작업을 하지요.

전국 각지의 15개 해양경찰서에 설치되어 있는 해양오염방제과에서 관할 해역의 방제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방제관련 교육과 훈련을 합니다. 해경서 자체 훈련은 월 1회 이상 실시하고, 방제전략 수립 등 도상훈련은 연 2회, 대규모 해양오염사고대비 민관합동 실해역 방제훈련은 연 3회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해양 사고 하면 역시 기름 유출 사고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얼마나 자주 일어나나요?
“크고 작은 사고를 포함하면 1년에 평균 3백 건이 좀 넘게 발생합니다. 최근 5년간 발생 빈도를 보면 크게 증가한다거나 하지 않고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또 동시에 사고 대비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빈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름에도 ‘지문’이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사람의 지문을 찍어보면 바로 누구다, 나오지 않습니까. 사람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순 없지만 기름도 분석 결과에 따라 그 종류를 특정할 수 있어요. 기름을 크로마토그래프로 분석해 보면 원산지 종류에 따라 피크(그림)가 다르게 그려져요. 피크를 보고 경유다, 벙커시유다 판단하는 거죠. 어선은 경유를 쓰고, 화물선 같은 큰 배는 벙커시유를 써요. 예인선은 벙커에이유를 쓰고요. 기름을 분석해 보고 피크가 경유면 어선에서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부근을 지난 배 중에 어선이 있는지 찾아보는 식이죠.”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후로 바뀐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 해양방제 역사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건은 참 많은 것을 바꾼 사건입니다. 방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지요. 사건 이후 시스템도 개선됐고, 장비도 확충됐지요. 정유사가 많은 대산, 울산, 여수 세 군데에 방제비축기지를 지었습니다. 여러 가지 자재·장비를 비축해 놓은 창고 같은 개념인데, 사고 발생시 초기 7일간 쓸 수 있을 정도의 장비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고는 역시 예방이 제일 중요합니다. 피해를 돌이키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 이후에도 아직 아쉬운 점이 있나요.
“연안 교통관제 관할 문제를 들고 싶어요.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 전까지는 연안 교통관제는 모두 항만청이 맡고 있었어요. 사건 이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한 군데를 해경이 맡게 됐습니다.

전반적인 해상교통관제를 해경이 맡으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충돌사고나 이상징후가 나도 사고현장에 제일 먼저 가야 하는 해경이 사건 발생 여부를 직접 아는 게 아니라 거쳐서 알지요. 또 사고가 난 후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제일 좋잖아요. 해경이 교통관제를 맡으면 효과적인 예방도 가능하겠죠.”

중국 어선이 서해에서 영해 침범을 하는 문제가 불거지곤 하는데 중국 어선이 기름 유출을 한 적도 있나요?
“기름을 유출해서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안에서 유출을 하지 않더라도 먼바다에서 유출할 수 있는 거죠. 항공감시를 통해 적발된 건수가 꽤 돼요.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벌금을 물립니다. 항공감시를 하면 기름이 바다에 뜨기 때문에 반짝반짝하게 보이거든요.”

기름 외에 어떤 오염물질이 감시 대상인가요?
“육상에서 버리는 폐기물 배출도 감시 대상입니다. 우리 가정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폐수가 있지요. 음식물 폐수나 분뇨를 육상에서 가져다가 해양에 배출을 합니다. 동해에 두 군데, 서해에 한 군데 배출 해역이 있어요. 배출업체가 제대로 폐기물을 싣고 가는지, 중간에 버리진 않는지, 초과해서 버리진 않는지 해경이 감시합니다. 2014년부터는 육상폐기물의 해양 배출이 금지됩니다. 육상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육상에서 처리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거든요.”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있나요?
“목포 해양경찰서에서 방제과장으로 근무할 때였어요. 특별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과장으로서 거의 매일 밤 노심초사했습니다. 사고를 잘 처리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사고가 나 청정해역이 오염되면 바다에 생계를 둔 사람들이 곤란해지잖아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직업병이 생겼는데 밤 10시 이후에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한번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갈수록 해양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육지는 선을 그어놓고 벽도 세울 수 있지만 해양은 그게 어렵지요. 일본과 중국만 봐도 해상경계 확정 때문에 분쟁이 있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해상에서는 오염물질 확산도 쉽습니다. 자국의 바다만 깨끗하게 보존한다고 될 게 아니에요. 중국에서 기름이 유출되면 우리나라로 번져오고,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일본으로 갑니다. 바다가 가능성의 공간인 동시에 분쟁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공간이 된 거죠. 모든 나라가 바다에만 들어가면 자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돌아가는 판세를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습니까.
“해양경찰청 기동방제과장으로 책임감이 있고 사명이 있잖아요.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에 최선을 다하면서 임무를 다하는 게 단기 목표기도 하고 장기 목표기도 합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올해 12월에 영국에 갑니다. 많은 해양 관련 국제기관들의 본부가 영국에 있어요. 1년 일정으로 영국에서 공부를 할 예정인데, 업무 관련한 국제 동향도 파악하고 해양 관련 기관 사람들과 국제적인 인맥도 쌓고 싶어요.”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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