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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빵왕’ 오른 박용호 그린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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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경남은행 옆에 있는 그린하우스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제과점이다. 퇴근 무렵이 되자 끊임없이 몰려드는 손님을 맞느라 종업원들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빵을 구워내고, 진열하고, 계산하는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은 마치 서울의 인기 있는 어느 대형 식당의 ‘피크타임’을 연상시켰다.

이 제과점 주인이 얼마 전 세계 3대 제빵왕 대회 중 하나인 독일 이바컵(IBA CUP)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박용호(40)씨다. 박 대표는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두 개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맛과 품질에서 절대로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지난 9월 16~21일까지 6일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제과제빵 박람회 중 마지막 이틀간 개최된 이바컵 대회 제과 분야에서 부산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권순승(41)씨와 한 조를 이뤄 이 대회에 출전한 8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박람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과·제빵 박람회로, 이바컵 대회는 미국과 프랑스 박람회 때 열리는 대회와 함께 세계 3대 대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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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선수들은 ▲설탕 공예작품 ▲초콜릿 작품 ▲작은 구운 과자로 가로세로 3센티미터 이내 크기로 작업 ▲음식으로 여러 동물캐릭터 표현 ▲케이크 ▲각국의 전통과자 등 6개 분야에서 경연을 벌였다. 박용호-권순승 조는 ‘한국의 가을’을 주제로 작품을 구현했다. 박용호 대표의 설명.

“첫날 경연 후 심사위원들과 관중이 우리 팀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회 후 심사위원들은 ‘한국 선수들의 위생적인 작업 모습과 데코레이션, 맛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평을 내놓더군요.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분이 도전해 왔는데 우리 팀이 최초로 금메달을 따서 무척 기뻤습니다.”

박 대표는 이미 이바컵 대회 출전 이전부터 제과·제빵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는 2011년 2년마다 열리는 서울 국제 빵 박람회 중 빵 공예 부문에서 1등인 ‘최우수상’을 획득했고, 2009년에는 2등인 ‘금상’을 받았다. 또한 각종 제과·제빵왕 선발대회에 나가는 경남 출신의 후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코치도 해오고 있다.

박용호 대표는 원래 수영강사 출신이다. 스물네 살, 5년차 베테랑 수영강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던 그에게 제빵 분야는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다.

“제가 근무하던 수영장 옆에 작은 빵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빵 굽는 냄새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걸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개인 가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빵을 만드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빵을 만들수록 이 직업에 묘한 매력을 느꼈고, 배우는 속도도 남보다 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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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빵을 만들면서 빵은 항상 정직하고 노력한 만큼 분명한 대가가 주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며 “이런 자신감이 생기면서 1년 만에 독립해서 직접 가게를 차렸다”고 말했다.

“보통 7~8년은 배워야 개인 가게를 차리는 데 1년 만에 시작했으니 고생이 말도 못했습니다. 제가 가게를 차리고 1년 있다가 IMF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처음에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가게를 했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빵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확고했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년을 이곳에서 버티면서 가게를 운영하자 손님들이 점점 알아주기 시작하더군요.”

박 대표는 “처음에는 기술이 부족해 힘들었고, 3년 후부터는 손님이 너무 많이 밀려들어 와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빵집은 빵맛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엄선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그의 제과점에서 만드는 빵은 2백50여 가지. 홀이나 주방에서 일하는 종업원 10여 명 외에도 빵을 직접 만드는 기술자만 14명이나 될 정도로 가게가 커졌다고 한다.

“3년 전 창원에 제과점이 1백30개였는데 지금은 80개로 줄어들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오면서 수십 년 빵을 만들던 명장들이 줄줄이 업계를 떠났습니다. 다행히 손님들이 맛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주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과점은 고객 사랑을 받지 못하면 생존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직원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손님들과도 소통하지 못한다는 철학으로 가게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종업원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사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졌는지 직원들이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맛있는 빵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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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제과점을 운영해 왔습니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것이 손님들에게 통했고,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어난 것입니다.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고마움도 표현하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서 매월 1백만원씩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내년에 현재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 4층짜리 제과 전문 빌딩을 지으려고 한다. 그는 “건물이 완성되면 직원들에게도 제과업계 최고의 복지시설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손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50년, 100년 된 전통 있는 빵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제빵업계에 뛰어드는 후배들은 열악한 근무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후배들과 우리나라 제과·제빵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가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직장으로 여기면서 일할 수 있는 모범적인 제과업체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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