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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에 미술관 세운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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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전은 이중섭,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 정규 등 우리 근대미술의 거장 6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정규를 제외한 다섯 화가는 전란 중인 1952년 12월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기조 동인전을 열었고, 정규는 이듬해 같은 공간에서 소품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주헌 관장은 “기조전 이후 60년 만에 열리는 이 전시는 극도로 어렵고 고통스럽던 시절, 예술혼을 지키기 위해 애쓴 우리의 모든 근대 미술가들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다.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1층 전시관에 들어서니 근대작품 70여 점이 시대를 초월한 깊이와 세련미로 관람객들을 맞았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였다. 이 작품은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6억여 원에 낙찰되며 일반에 알려졌다. 경매 이후 대중에게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장을 차려입은 중저음의 한 중년신사가 <황소> 그림 앞에 모인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황소>는 <길 떠나는 가족>과 묘한 인연으로 연결돼 있는 작품입니다. 1950년대 초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길 떠나는 가족>을 완성했고, 르네상스 다방에 전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가가 없는 사이 한 20대 청년이 쌀 한 가마니를 주고 이 그림을 구입해 간 모양입니다. 그 사실을 안 이중섭이 구매자를 찾아가 <황소>를 주고 이 그림을 되찾아 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2010년 이 그림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이가 대금 중 일부를 소장중이던 12억원 상당의 <길 떠나는 가족>으로 대신하면서 원소장자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입니다. 인연이란 참 묘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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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뺨치는 해설로 주목받은 이 중년신사는 바로 <황소>의 현소장자이자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었다.

미술관 개관에 맞춰 발간한 안 회장의 자서전 <마침내 미술관>에는 이 그림과의 인연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던 1983년 서울 명동의 한 액자가게 앞에서 비를 피하고 서 있는데 유리창 너머로 이중섭의 <황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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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에너지에 끌려 복제사진을 7천원 주고 사면서 언젠가는 진품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하리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27년 후 경매에 나온 <황소> 원본을 구매했다’는 내용이다.

자서전에는 가난한 영업사원이던 안 회장이 연 매출 3천억원의 제약회사 오너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미술품 애호가가 된 사연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중섭에 매료된 그는 영업사원 시절 그림 한 점을 사기 위해 월급을 몽땅 털어넣을 정도로 열정적인 미술 애호가가 됐다.

안 회장은 이중섭 외에 박수근, 김기창, 나혜석, 백남준, 변종하, 이대원, 천경자, 김창열 등의 작품 1백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미술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안 회장은 “나는 그림 애호가일 뿐 미술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좀 더 많은 이웃과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 미술관을 세웠다”고 말했다.

미술관에는 1952년 당시 부산 르네상스 다방도 재현돼 있다.

또한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오르면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으로 이어져 색다른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석파정은 인왕산 기슭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음식점으로 사용돼 오던 것을 안 회장이 2007년 인수해 오랫동안 보수한 후 이번에 미술관과 함께 일반에 공개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구입해 미술관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철인 기자

 

기간 11월 21일(수)까지
시간 11~19시(전시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입장료 성인(20세 이상) 9천원, 학생(초·중·고) 5천원, 어린이(3~7세) 1천원, 단체 20인 이상 20퍼센트 할인
무료관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과 장애등급 3급 이상 동반자
문의 서울미술관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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