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소예 디자이너, 한글 새긴 넥타이ㆍ머플러 등 상품화 노력 결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 오후에 나지막이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를 읊는 김소예 디자이너(66)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김소예 디자이너는 20년 가까이 한글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 김 디자이너의 작업실에는 한글 ‘복’자를 무늬로 만든 넥타이와 스카프,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새긴 티셔츠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짚어 설명하던 김 디자이너는 “한글은 우리 문화의 모든 것을 담는 상징”이라며 ‘한글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원래 김 디자이너는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한 연극인이었다.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다 시 낭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시야말로 모든 예술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1988년 시 낭송가 자격증을 받을 만큼 우리나라 시와 한글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러면서 그는 “시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른 건 1993년 대전 엑스포를 찾은 후였다.
김 디자이너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하나같이 영어로 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며 “영어 대신 한글을 새길 순 없을까 생각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처음 만든 작품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그린 셔츠였다. 시험삼아 만들어본 셔츠에 주변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처음에는 좋아하는 글자로 여기저기 디자인하는 게 마냥 좋았다”고 한다. 김소예 디자이너는 그 이후로 10년 넘게 한글로 각종 디자인을 구상했다.
혼자 간직하던 한글 사랑을 상품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2003년의 일이었다. 중소 인쇄기업을 운영하는 남편 권희명 ‘내사랑코리아’ 회장의 강력한 권유 덕분이었다. 젊은 시절 라디오방송 성우로 활약하기도 했던 권 회장은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 문화 못지않게 우리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김소예 디자이너를 설득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글 ‘복’자를 무늬로 만든 넥타이와 머플러가 제작됐다. 김 디자이너는 “당시만 해도 드라마를 통해 막 한류가 시작되던 시기라 상품 가치가 있을지 솔직히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04년 서울 강서구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영국, 벨기에, 스웨덴 등의 기업과 25만달러 계약을 맺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김 디자이너는 ‘복’ 디자인에 대해 “영어로 luck, fortune, bless 여러 단어가 우리 말 ‘복’ 하나로 표현된다”며 “좋은 뜻을 한 글자에 담아 디자인했다고 하니 매우 흥미로워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본 오타루시에서도 김 디자이너의 작품을 갖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외국인 친구에게 인상 깊은 선물을 해주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문도 이어졌다.
김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더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김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한글이 새겨진 듯 아닌 듯 변형시켜 만들다가 점차 뜻을 알아볼 수 있게 글을 새겨넣었다”고 말했다. ‘산유화’ 전문을 새긴 넥타이를 만들었을 때는 ‘복’ 디자인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산유화’ 시를 가만히 읽기만 해도 아름다운 산수가 그려지는 게 한글 디자인의 장점”이라며 “좋아하는 시를 디자인 작품으로 변형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수놓은 머플러나 김춘수 시인의 ‘꽃’ 전문이 그려진 셔츠도 만들었다.
한글의 우수성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한글 디자인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디자이너는 “영어를 잘하는 게 우리말 잘하는 것보다 우대받는 환경에서 한글 디자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더 다양한 디자인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다. 김 디자이너의 한글 사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물심양면 지원해온 권희명 회장도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만 아니었으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글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디자인 작품’이라는 김 디자이너의 한글 사랑은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힘을 얻기 시작했다. 드라마, K팝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늘어났다. 한글을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소예 디자이너는 “한글 디자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예전에는 기업 등에서 대량 주문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한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가 요즘 구상 중인 디자인은 동화의 한 장면을 글자와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한글 디자인 작품을 기념품으로 사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면서 “자라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한글을 쉽게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또 “외국산 캐릭터를 더 많이 아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한글 디자인 상품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글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은 우리 시를 새긴 작품도 만들 예정이다.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한글 디자인 상품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디자이너는 “대중문화 분야에 치우친 한류가 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글과 사진·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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