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신유미(30)씨의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관객들이 하나둘 스카이타워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준비를 마친 신씨가 파란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났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 임단비(29)씨도 원통형의 공간에 설치된 오르간 앞에 앉았다.
마냥 뜨거웠던 한낮의 햇볕이 어느새 숨을 죽이고, 바다 향을 품은 기분 좋은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시간. 이윽고 뱃고동 소리를 닮은 복스 마리스의 웅장한 음색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무대 위에 오른 신씨는 ‘뷰티 앤 더 비스트(뮤지컬 ‘미녀와 야수’ 삽입곡)’를 비롯해 가곡 ‘님이 오시는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연달아 불렀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앙코르 요청이 나오자 두 곡을 더 부른 후 공연을 마무리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경기도 구리에서 왔다는 주부 박정숙(43)씨는 “기업관으로 가는 길에 고운 목소리에 끌려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며 “쉽게 들을 수 없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접할 수 있어 좋았고, 대부분 귀에 익숙한 곡들이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박씨와 함께 온 주부 이인선(43)씨도 “엑스포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공연을 보게 될 줄 몰랐다”며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공연들을 좀 더 챙겨봐야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 브레멘국립예술학교에서 4년간 공부하며 전문 연주자 과정까지 마친 실력파다. 올초 공연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그레텔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현재 여수엑스포를 비롯해 여러 공연 무대에 오르는 한편 안양예고·경인대 등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임단비씨는 스카이타워 사업단 소속으로 지난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 복스 마리스 전문 연주자인 그는 스카이타워 앞에서 열리는 성악가들의 공연에 반주를 하는 한편 또 한 명의 복스 마리스 연주자와 교대로 매일 매시 정각과 30분에 연주를 한다.
연주곡은 대부분 연주자가 직접 선정한다. ‘국가의 날’에는 해당 국가의 국가나 민요를 연주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신청곡을 연주해 줄 때도 있다고 한다. 임씨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독일로 유학해 쾰른국립예술대학을 거쳐 브레멘국립예술대학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마친 재원이다.
브레멘 유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평소 친구처럼, 자매처럼 절친한 사이다. 귀국 시기(2010년)도 비슷해 돌아온 뒤에도 자주 연락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임씨가 여수로 떠났고, 한동안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5월 5일 열린 최종 리허설에 신씨를 초대했다. 신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비가 연주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 저는 그냥 관람객 자격으로 그 앞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단비가 저더러 노래를 해 보라는 거예요.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워낙 믿음직한 반주자라 거절하지 않았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다른 관람객들이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즉석에서 마련된 공연이었지만 반응은 좋았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맑고 청아한 음색에 스카이타워 앞을 지나던 관람객들은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실력을 알아본 스카이사업단 쪽에서 먼저 공연을 제안했고, 신씨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공연이 성사되었다.
다만 학교에 출강하고 있어 정규 공연 일정을 편성하기 어려운 탓에 첫 공연은 지난 6월에야 열렸다. 이어 열린 7월 첫 주 공연이 두번째 무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7월 13일과 14일에도 이틀간의 주말 무대를 마련한다. 이번에 열리는 주말 공연은 수원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 김형태씨가 합류해 듀엣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유학 시절부터 ‘우리 둘이 협연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여수엑스포에서 그 꿈이 이루어졌어요.”(신유미)
“요즘 제 숙소에서 유미 언니랑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가고 나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요. 저는 여기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여러 성악가들과 협연을 해요. 그런데 유미 언니와 한무대에 있을 때 제일 편안해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 그런가 봐요.”(임단비)
협연 소감을 묻자 각각 이렇게 답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또 까르르 웃었다. 그러고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새로운 자리를 찾기까지,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더 돈독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새로운 자리에서 각자의 길을 걷게된 자신들의 절친에게 보내는 격려의 의미도 있다.
두 실력파 음악인의 환상적인 호흡이 만들어 낸 명품 공연, 그들의 무대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글과 사진·최선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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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