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뇌척수막염, 폐렴, 일본뇌염, 뎅기열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6백만명이 전염병에 희생되고 있다. 어린 생명들이 헛되이 희생되는 걸 막기 위해 오지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백남선(52)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다. 백 박사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에 백신을 보급해 전염성 질환에 노출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으로 1997년 10월에 비영리국제기구로 출범한 IVI는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자 개발도상국 어린이 전염병 예방백신 개발을 위한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다.
IVI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백신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에 백신을 보급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새로운 백신의 발굴에서부터 백신의 임상개발, 도입 대상지역에서의 현장적용을 위한 백신 평가에 이르기까지 백신연구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


백 박사는 현장에 파견돼 현지 및 국제 보건 담당자들과 협력하여 IVI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백신의 보급과 현장 연구를 진행하는 등 많은 일을 맡고 있다. 월드비전을 거쳐 현재 IVI에서 일하고 있는 백남선 박사는 10여 년간 국제 보건 분야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2001~2005년까지 키르기스스탄 미국 NGO, the Scientific Technology and Language Institute에서 보건 부문 책임자(health Section Head), 2007~2010년까지 월드비전 한국에서 국제구호팀장, 월드비전 인터내셔널에서 국제재난구호팀원으로 근무한 그는 지난해 8월부터 IVI에서 근무 중이다.
1994~2001년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과 교수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그가 선뜻 국제구호 현장으로 나간 이유는 왜일까.
“아프리카는 물과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요. 모든 부분에서 열악하죠. 그런 여건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백신은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에요. 근데 이 백신을 살 수 있는 돈이 그들에겐 없어요. IVI는 개도국이 백신을 싸게 살 수 있도록 저렴한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는 좋은 의사들이 많지만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는 의사 한명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국제구호 현장으로 가게 된 것이고요.”
백 박사는 지난해 아프리카 북서부의 내륙국가 니제르를 방문했다. 풍토병과 납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니제르에서 그가 할일은 뇌척수막염 백신을 니제르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접종하면서 새로운 백신이 효과적으로 잘 보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접종기술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헌신적인 활동으로 그는 니제르 활동을 순조롭게 마치고 현재는 에티오피아에서 IVI가 개발한 콜레라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최근 유치된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국제기구인 GCF와 IVI 모두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어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전세계가 함께 공조하며 잘살기 위한 마인드가 절실한 때예요. GCF 유치도 그런 차원에서 크게 생각해야 해요.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이라는 국제적 이슈이자 글로벌 어젠다를 이끌고 나아가기 위해서 선진국과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개도국에 재원, 기술 등을 지원해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중요해요.”
백 박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한국인들이 앞으로 국제사회를 리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도 한국에서 공부할 당시에는 국제적인 사고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국제구호 현장에 나가 많은 외국인과 협업하며 배운 점이 많아요. 하다못해 같은 서양인이라 하더라도 프랑스인의 사고, 폴란드인의 사고, 네덜란드인의 사고가 모두 달랐거든요. 그들과 함께 일하며 문화적 차이에 대해 많이 느끼고 배웠죠. 지금은 그 경험을 토대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는 동서양의 사고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앞으로 전 세계의 공조와 협력을 이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1950~60년대 보릿고개를 지나 지금의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루기까지 그 과정을 모두 겪은 한국인은 개도국의 상황도, 선진국들의 글로벌 마인드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동양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구의 마인드도 이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동서양의 조화를 잘 지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우리나라가 앞으로 해야 한다고 봐요.”
그는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한국의 역할이 크다며, GCF 유치 등 높아진 국격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세대들이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할 때 언어적인 부분을 떠나 항상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죠. 그때 갈등을 원활하게 풀어가는 요소 중 하나가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국제적인 마인드예요. 한국회사에서 한국사람들과 일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점이죠. GCF 등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에 들어서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모여들게 되고 현지인들과 협업하는 기회들이 열리게 되겠죠. 젊은 세대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해 앞으로 국제사회를 리드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백 박사에게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꼽아달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실력과 능력을 이미 인정받았어요. 최근 외교적 성과도 그렇고요. 이제는 전 세계의 기아, 환경 등 글로벌 공통 어젠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이끌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것을 잘 살려 글로벌 어젠다를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앞으로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해요.”
글과 사진·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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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