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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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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꿈을 잃어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한국갭이어는 ‘젊은이들이 맘껏 꿈꾸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사회적기업이다. ‘갭이어(gap year)’의 말 그대로의 의미는 ‘쉬는 해’라는 뜻이지만, ‘안식년’ 과 유사한 개념으로 공부를 위해 달려온 청년들이 1년 정도 학교를 쉬며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갭이어는 이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제도다. 이들 나라에서는 많은 학생이 중·고등학교를 마친 후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전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탐색, 인턴 등의 활동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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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한 입시경쟁에 내몰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창조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우리나라에 갭이어를 도입한 이가 안시준(27) 한국갭이어 대표다. 안 대표는 대학 시절, 16개월 동안 무전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여행 중 일을 해서 경비를 마련하고, 한 데서 잠을 자고, 돈이 떨어지면 굶기도 하면서 5개 대륙, 39개국을 다녔다. 이 기간에 청년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안 대표의 말이다.

“세상을 배우기 위한 여행 기간에 오히려 저 자신을 참 많이 돌아볼 수 있었고, 나아가 이 세상을 밝게 변화시킬 무언가를 찾겠다는 포부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다른 청년들도 저처럼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만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해서 본격적으로 갭이어 일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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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만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청년들에게서 받은 영향도 컸다고 한다. 홀로 여행을 하는 많은 외국 청년이 “갭이어 중”이라고 말을 하며,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더라는 것.

안 대표는 “선진국의 청년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자신의 꿈을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를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청소년들은 그런 생각을 할 기회조차 없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영국은 이미 1960년대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을, 자유롭게 쉬는 ‘갭이어’로 쓸 수 있도록 제도화시켰다. 이후 아일랜드가 그것을 받아들여, 1970년대에 ‘트랜지션이어(transition year·전환학년제)’를 정착시켰다. 이 외에도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 갭이어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안 대표는 이미 자신만의 갭이어를 가져왔던 20대 중반의 청년들 3명과 함께 올해 1월 ‘한국갭이어’를 출범했다.

이후 그는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의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창업팀으로 선정되어 정부의 재정 및 멘토링, 회계 등의 지원을 받아 한국갭이어를 정식 회사로 등록했고, 현재의 명동 사무실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 안 대표는 “갭이어라는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갭이어의 취지를 알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갭이어를 알리기 위해 강연을 다니고, 실제로 갭이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꿈을 찾고 싶은 고등학생들을 모집해 함께 제주도로 갭이어 캠프를 떠났다. 지금까지 캠프에 참가한 학생은 50~60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안 대표는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 부모들에게 ‘자녀가 달라졌다’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그 전에는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던 자녀가 캠프를 다녀온 후에 먼저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고, 구체적인 인생 계획도 이야기한다는 부모들의 전화를 받을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런 갭이어 문화가 널리 퍼져서 좀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그래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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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하는 일은 갭이어를 알리는 강연이나 갭이어 체험 캠프 외에도 다양하다. 해외 워킹홀리데이, 인턴십 같은 기존 프로그램, 해외의 단체나 학교 등과 연계해 청소년들이 봉사, 인턴, 요리, 서핑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향후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꿈을 꾸라고 말만 하지 말고, 청소년들에게 꿈꾸게 해주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삶에서 약간의 여유를 갖고 자신에게만 투자하는 시간이 바로 ‘창조적 시간’”이라고 말했다.

글·성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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