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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노래)가 끝나고 나서 함께 온 문화재청 직원들이 눈물흘리는 게 보였어요. 회의석상에 있던 외국 사람들은 아리랑을 듣고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리랑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어요. 그 순간 저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이춘희(65) 예술감독은 지난 12월 6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회의장에서 아리랑을 열창할 때 느꼈던 긴장감과 감동을 쉽게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6일 새벽 유네스코는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신청한 아리랑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키로 결정했다. 외교통상부와 문화재청 등으로 구성된 우리 대표단은 최종 결정에 앞서 미리 준비한 노래 ‘아리랑’을 명창 이춘희 감독의 목소리로 현장에서 들려줬다.

이 감독은 유네스코 알리산드라 쿠민스 의장석 바로 앞 좁은 통로에 섰다. 심금을 울리는 명창의 노랫가락이 회의장에 퍼지는 순간, 엄숙하고 무거웠던 장내 분위기는 평온하고 부드럽게 바뀌었다.

5분여 동안 이어진 즉석 공연이 끝나자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정부 관계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어요. 공연장도 아닌 회의장에서 음향시설도 없이 아리랑을 불러야 한다는 게 생뚱맞기까지 했거든요. 게다가 각국 대표들이 모여 유네스코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엄숙한 분위기도 부담이었습니다. 심지어 등재에 실패한 국가관계자들은 울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뚜벅뚜벅 걸어 나가 의장석 앞 좁은 통로에 섰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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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네스코 본부 회의장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일정은 사전에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자국이 보유한 무형문화재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모인 공식석상이었기 때문에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이틀간 진행되는 전체 일정 가운데 아리랑은 첫날 마지막 심사대상(27번째)에 올라 있었다.

한국 일행은 앞서 진행되는 심사를 지켜보며 하루 종일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심사는 12시간을 훌쩍 넘겨 밤 9시50분까지 이어졌다.

밤 10시 드디어 아리랑에 대한 등재여부가 결정되는 차례가 왔다. 이 감독은 아리랑을 부를 수 있기를 고대하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회의장에 들어설 때 의장과 심사위원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시간이 너무 늦어 아리랑 심사를 내일로 연기하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하더군요. 우리 일행이 종이에 ‘KOREA’라고 써서 의장에게 보여주며 한국 차례라는 걸 알렸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5분을 추가로 주더군요. 문화재청과 외교부 직원분들이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있고 나서 발빠르게 추진됐다. 중국은 최근 자국의 문화재를 소개하는 책자에 국가급 문화유산 혹은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아리랑을 부각시키며 고유 문화인 양 기술했다. 급기야 지난 5월 중국 문화부는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유네스코에 아리랑을 인류무형문화유산 후보로 신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계속 한국이 아리랑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걸 반대하며 딴죽을 걸었다. 유네스코 본부에서 진행된 심사 과정에서도 중국은 유일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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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심사 과정에서 중국이 홀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순간 긴장했어요. 아리랑이 우리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덩치가 큰 중국이 반대를 하고 나섰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거죠. 다행히도 서류심사 때 아리랑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을 끝낸 의장이 직권으로 중국의 억측을 제어했습니다.”

이 감독은 우리 국악 가운데 유네스코에 등재될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경기민요 중 12좌창이 있는데 대중화될 수 있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충분해요.

이 밖에도 우리 문화 중에는 유네스코에서 탐낼 만한 국악 장르가 많습니다. 이번에 느낀 것이지만 우리 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오랜기간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합니다.”

글·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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