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진작가 구본창(58)이 서울 경복궁 앞 국제갤러리에서 5년 만에 작품전을 열었다. ‘구본창(Koo Bohnchang)’이라는 타이틀로 4월 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자신을 둘러싼 소소한 것들과 클래식한 오브제들의 미감을 ‘남다른 눈’으로 담아온 구본창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즉 작가로서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30여 년을 회고하는 전시로 꾸며졌다.
그러나 구본창의 회고전은 여느 회고전과는 사뭇 다르다. 작가의 사진을 주르르 내걸지 않고 구본창의 작업실에 있던 낡고 작은 오브제들을 갤러리로 끌고 나와 한 점의 대형 설치작업으로 만들었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섹션에는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모아온 갖가지 오브제들이 집대성됐다. 청자항아리, 선풍기, 외국잡지, 그리고 어린 구본창을 사로잡았던 ‘김찬삼 세계일주 무전여행기’ 등. 지극히 내밀한 이 컬렉션은 구본창의 작업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해 보게 하는 열쇠다.
갤러리 1층을 거의 채우다시피 한 커다란 테이블에는 각종 오브제가 프레임▶본▶박스로 분류돼 놓여 있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디렉터 김성원(서울과학기술대 교수)씨는 “구본창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수백, 수천 점의 크고 작은 물건이 널려 있어 마치 르네상스시대 ‘호기심의 방(cabinet de curiosite)’을 연상케 했다”며 “그 컬렉션이야말로 구본창 작업의 뿌리임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본창이 모은 것들은 값비싼 명품 컬렉션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하지만구본창은 정서와 혼이 담긴 눈으로, 이 사소한 삶의 편린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 그것들에 ‘숨결’과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구본창이 간직해 온 사소한 물건들과 각종 이미지를 통해 구본창의 ‘혼’이 담겨 있는 ‘그 어떤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또 개인 구본창 삶의 태도와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업세계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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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섹션에서는 아직 발표된 적이 없는 1980년대 독일 유학시절 작업과 귀국 후 작업했던 일련의 작품이 나왔다. 또 세번째 섹션에는 구본창이 지인 등의 컬렉션을 소재로 찍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소장품인 백자 달항아리,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백자 컬렉션, 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탈 컬렉션, 동경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곱돌 컬렉션을 찍은 사진이다.
구본창은 이렇듯 사람들이 훌쩍 지나치기 십상인 작고 오래된 소재들의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아름답고도 슬프게 그리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세숫비누를 찍어도 때깔 좋은 새 비누가 아니라, 뭇사람들에 의해 닳고 닳아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를 찍는다.

우리 생(生)도 이처럼 쓸쓸히 소멸될 것이라고 속삭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쓸쓸함, 소소함에 깃든 미감과 진실을 구본창은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낸다.
쉰줄을 넘어섰는데도 미소년처럼 맑은 미소를 짓는 사진작가 구본창은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들어간 그는 파견근무를 떠났던 독일에서 갑자기 방향을 ‘확’ 틀었다. 반듯한 샐러리맨에서 늦깎이 ‘예술전공 대학생’으로 말이다.
결국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디플롬을 취득한 구본창은 국내에 돌아와 ‘만드는 사진’ ‘예술로서의 사진’을 선보이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외에서 3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갖고, 은은하게 빛나는 백자사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구본창 작가는 “낡고 이름없고 한찮은 것들, 남들이 쉽게 귀기울이지 않는 것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대표작이 된 백자 작업도 그런 관심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글·이영란 (헤럴드경제 미술담당 선임기자)
문의·국제갤러리 ☎02-735-8449 www.kukje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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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