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입춘이 한참 지났건만 영상의 기온을 약간 웃도는 추위에 바람까지 휘몰아친 3월 11일 오전 권오규(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씨는 가족과 소래포구 바닷가에 쪼그려 앉았다.
권씨는 사는 곳과 맞닿아 있어 한 달에 두 차례씩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그리고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어놓기 시작한 딸과 부인도 옹기종기 어울려 모듬회 한 접시를 비웠다. 나들이를 시샘이라도 하는지 얄밉게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분위기는 나무랄 데 없이 종일 뜨기만 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갈매기 떼가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다.
“공기가 좋아 훨씬 덜 취해요.”
때늦은 추위를 녹이랴 소주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어시장 안에는 사람이 넘치는 바람에 세 가족은 밀려났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널빤지를 깔고 나앉은 모습이 그리 흉은 아니다. 옆에선 막 물이 빠져나가는 아래쪽 바다를 구경하느라 이래저래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린다. 서민들의 살아가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릴 때 추억을 되살려주는 곳이어서 자주 온답니다.”
주소로 따지면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이다. 이처럼 소래포구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한 나절이면 다녀올 만큼 가까워 사시사철 붐빈다. 최근 들어서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전철 등 거미줄같이 교통망이 새로이 뚫려 더 가까워졌다.
바닷물 위로 지나는 수인선 철길이 말끔히 단장돼 손님을 맞이하며 옛 흔적을 대변한다. 협궤열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건널목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 유혹받았을 듯한 ‘뽑기’가 ‘달고나’라는 상표를 달고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너편으로는 언뜻언뜻 아파트 단지 꼭대기가 보인다. 지금은 재개발 등으로 많은 변화도 겪었지만 곳곳에 옛 정취가 살포시 남았다.
어시장엔 조개 따위가 사람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을 보낸다. 한 아주머니가 그릇에 가득히 홍합을 담아 “3000원이요”라고 외쳤다. 오징어 사촌 주꾸미도 제철을 맞았다.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일군 동네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쪽이라면 역사공부삼아 알아둘 만도 할 터이다.
소래(蘇萊)는 원래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왔던 곳(蘇來)이어서 붙은 이름이란다. 신라가 백제를 침공할 당시 지원을 한 대목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근대에 와서 한자표기만 바뀌었다고 한다. 소정방 일행은 소래산 동북쪽 크고 평평한 바윗덩어리 옆에 주둔했단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소래포구에 어느덧 황혼이 드리웠다. 한 여가수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오늘 따라 바람도 자고/작은 배들 쉬는 소래포구/…/싱싱하게 바다얘기 할 즈음/…/멸치잡이 배 닻을 올린다/황혼의 소래포구, 황혼의 소래포구’
글 송한수 기자 사진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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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