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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축구대표팀 막판 담금질 현장



 

비장한 표정은 볼 수 없다. 과거 선배들처럼 큰 대회를 앞두고 경직되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해외파, 국내파 가릴 것 없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두려움이 없어서다. 천하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맹주 나이지리아, 유로 2004 우승의 그리스라 해도 무서울 게 없다.

걱정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 반가울 뿐이다. 계속 웃음이 터진다.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장난을 건다. 갈수록 재밌다. 훈련 강도가 점점 거세져도 물 한 모금에 힘든 표정이 금방 가신다. 실수를 해도 격려 박수 짝짝. 연신 터져나오는 태극전사들의 하이파이브가 고요한 파주를 5월 중순 이후 내내 들썩이게 했다.

이처럼 활기찬 팀 분위기를 살려 5월 16일 에콰도르와 붙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2-0 완승을 거두고 출정식을 치른 대표팀이 국내파 4명을 제외한 26명(예비 엔트리 3명 포함)을 1차로 확정하고 본격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고지’의 8분능선까지 넘었다가 아쉽게 고배를 마신 한(恨)을 씻어낼 기회가 4년 만에 찾아왔다. 그래서 어느 대회보다 16강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뜨겁다.

까다로운 조 편성이지만 기대해도 좋다. 선수 구성만 놓고 봐도 설렌다. ‘캡틴’ 박지성, 이번 시즌 유럽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이청용과 박주영이 버틴 미드필드와 공격 라인은 어느 강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수비에선 ‘꾀돌이’ 이영표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판타지 스타’ 안정환까지 합류했다. 이승렬, 김보경, 구자철 등 ‘젊은 피’들도 구색 맞추기가 아닌 차별화된 옵션을 갖춘 터라 이번 월드컵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정도 우리에게 비교적 유리한 편이다. 2006년 독일 대회 첫 경기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였던 토고(2-1승)와 맞붙은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첫 승리의 제물로 꼽는 그리스와 맨 먼저 격돌한다.

그리스는 조직력과 제공권, 파워가 뛰어나지만 유럽 정상권 팀에 비해선 미드필드, 수비의 세밀함과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리스와는 이미 2007년 영국 런던에서 베스트끼리 맞대결을 펼쳐 1-0으로 승리한 적이 있기에 심리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총력을 펼쳐 그리스전에서 승리할 경우, 한층 부담을 덜어낸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수 있다. 더구나 아르헨티나전은 해발 1천7백53미터의 고지대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에콰도르 등에 완패하는 등 고지대 경기에서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메시(바르셀로나)를 필두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공격수들이 일단 부담스럽지만, 반대로 사네티, 캄비아소(이상 인터밀란) 등 경험 많고 노련한 주력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제외된 탓에 빈틈도 엿보이는 게 아르헨티나다.

사실상 안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나이지리아 역시 벅찬 상대다. 한번 불이 붙으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아프리카팀 특유의 초반 집중 공세만 잘 넘긴다면 5 대 5의 짜릿한 승부가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경기력보다는 오히려 현지 적응, 부상 등의 변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믿는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하지 않았나. 우리 선수들이 저렇게들 웃고 있는데 복이 안 찾아올 리 없다. 꿈은 이뤄질 것이다.


글·유재영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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