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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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갈대축제 소식을 듣고 순천만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출발시간에 신경 써야 한다. 순천만 여행은 ‘어디 어디’가 아니라 ‘아침안개부터 저녁노을까지’기 때문이다. 대대포구에서 아침안개의 신비에 사로잡히지 않고 용산전망대에 올라 강렬한 노을의 환상에 넋을 놓은 적이 없다면 당신의 순천만 여행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아침잠을 물리치고 서둘러 도착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안개나루, 무진(霧津)이다. 소설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이라는 작품에서 “아침이면 피어오른 안개가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마을을 둘러싼다”고 표현한 바로 그 가상공간을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침안개의 포위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이때쯤 ‘순천만 박사’로 불리는 순천환경운동연합 서관석 위원장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 서씨는 오늘의 순천만을 있게 해준 장본인이니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연은 이렇다.
1990년대 초 서울에서 낙향한 서 위원장은 민방위 훈련을 받다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한 공무원이 각종 생활쓰레기를 순천만 갯벌에 파묻으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야 되겠냐는 서씨의 ‘이의제기’는 곧바로 무시됐고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는 동장님의 핀잔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이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서씨는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순천시의회에 찾아가 탄원서를 냈다. 이제 막 시작한 순천시의회로서는 처음 보는 탄원서였다.
이때부터 순천만에 대한 서씨의 관심은 시작됐다. 1997년에는 순천만에 골재 채취 허가가 나자 행동에 들어갔다. 순천만 곳곳을 사진에 담은 후 서울에서 열린 국제환경회의에 모인 새전문가와 갯벌전문가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희귀 철새가 찍혀 있는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눈이 동그래져 서씨의 뜻에 동참했고 결국 골재 채취 허가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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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순천만 모습은 골재 채취가 금지된 직후에 형성됐다. 파헤친 갈대의 뿌리들이 떠내려가 둥그렇게 모여 군락을 형성했다. 그 규모도 1998년 15만 평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70만여 평으로 8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갈대군락이 형성된 것 자체가 약 30여 년 전부터라니 따지고 보면 오랜 역사는 아니어서 순천이 고향인 사람들조차 순천만 갈대밭의 존재에 놀라곤 한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쳤으면 이제 생태체험을 할 차례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인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2003년 12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 1월 ‘람사협약’에서 정한 람사리스트에 등재됐다. 갯벌을 포함한 면적은 800만여 평에 이른다.
대대포구에 설치된 무진교를 건너면 70여만 평의 갈대숲에 1220m 길이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그 속에 들어가면 “순천만 갈대밭!”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아침안개 속에서 서씨를 만난 사람이라면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이곳은 ‘철새들의 여인숙’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등 200여 종의 철새들이 이곳에 여장을 푼다.
하지만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순천만은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을 태운 탐사선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탐탁치 않은 존재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순천만의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 안쪽의 갯벌과 갯벌생물, 철새, 칠면초 등 다양한 생태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지만 막상 철새들은 휴식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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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교를 건너 20분 탐방로를 걷다보면 용산전망대가 나온다. 전국에서 최고라는 순천만의 노을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저녁때쯤이면 전국의 사진가들이 항상 진을 치고 있다. 실제로 순천만의 노을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S자 수로를 중심으로 갈대와 칠면초가 어우러진 순천만의 강렬한 색채는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 이상으로 환상적이다.
순천만 박사 서씨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순천만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안개와 노을을 배경으로 “갯벌 속에는 무구한 생명체들의 잔해가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고 또 그 잔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들이 공간 속으로 돌출돼 나온다”는 것이다.
[RIGHT]사진 안홍범 / 글 신동섭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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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