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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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면 장고리에 살고 있는 박주현(49) 씨는 올해로 두 해째 소금밭을 일구고 있다. 벼농사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염전 일도 병행하고 있다. 벼농사보다야 염전에서 나오는 수입이 좀 낫지만 요즘 들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새벽과 저녁은 주로 소금밭을 일구고 나머지 시간에 벼농사를 짓고 있으니 우선 몸이 고달프다. 그래도 소금 결정체를 모으는 채렴시간이면 벙긋한 웃음이 피어오른다.
“비가 오면 모든 짐승이 들어가는데 요 염전 일은 비가 내려도 나와야 돼요. 어제는 반절도 못했소. 흐려버려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온도는 33도 정도면 딱 좋지라. 초복부터 중복까지 최고 전성기라고 보면 돼요. 올해는 특히 안 좋아라. 장마도 길고 흐린 날이 많아서…. 지금쯤은 소금창고가 꽉 차 있어야 되는디….”
일하면서도 한쪽 가슴은 걱정이 반이다. 사정은 박씨뿐 아니다. 염전을 일구는 모든 이의 비슷한 걱정일 터. 값싼 중국산 소금이 치고 들어와 가격경쟁이 만만치 않아서다.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는데 불과 5분 거리지만 어느 땐 시간이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면도할 시간에 차라리 잠을 택할 정도. 겨울이 들이닥치면 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옆 동네 처녀와 서른세 살에 늦결혼을 해 지금 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을 두었다. 나머지 세 자식은 초등학생이니 얼마나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지 짐작이 간다.
“2년 전만 해도 염전 일이 썩 괜찮았지라. 앞으로 차차 나아지겄소만 걱정이오. 자식들에겐 이 일을 안 시킬라요. 고되요. 그려도 소금이 많이 나오는 날은 하냥 좋지요.”
소금을 더 많이 생산하는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단다.
“비결은 아직… 거 뭐이냐 노하우는 가면 갈수록 나아지겄지라. 첫술에 배 부른 게 어딨소. 이래하다 저래하다 보면 거시기가 되지라!”
비결이라면 ‘소금 내는 과정을 정확히 밟아 가는 일’, 즉 판을 읽는 일이다. 소금밭과 소금창고에 가로놓인 다리를 하루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걸까. 저 흰고무신은 얼마나 신을까. 증도에서 소금밭을 일구는 이들의 일상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해지는 건 아마도 소금을 내는 과정이 비슷해서일 게다. ‘촤르륵, 촤르륵.’어디선가 고무래로 염전 바닥을 긁는 소리가 마음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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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인 박씨에 비하면 염전 일에 평생을 바쳐온 심만수(71) 씨는 걱정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중국 소금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 소금에 우리 소금을 살짝살짝 섞어 국내산이라고 속이는 게 더 문제 아니겄소? 여기 소금은 다른 데와 달라. 퉁퉁마디를 넣은 함초소금과 톳과 다시마 농축액을 넣은 해조염을 생산허요.”
증도의 염부들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태평염전 소속이다. 현재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5%인 1만5000톤을 해마다 생산해내고 있는 이곳 태평염전은 우리나라 염전 역사의 산증인이다. 1953년 정부는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의 생계수단을 마련해주기 위해 전증도와 후증도 틈새 갯벌을 둑으로 막아 염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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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의 친환경 천일염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인 명소가 된 프랑스의 게랑드 염전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도 한때 폐전하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염전을 막아 골프장을 지으려고 했지. 그때 염전을 지킨 건 염부들과 증도 주민들이었어.”
시련은 오히려 도전의 기회였다. 더 우수한 천일염을 생산하는 데 온몸을 바치는 것. 오히려 반평생 염전 일을 해오며 얻은 지혜다.
소금은 염부들의 땀이다. 그리고 바람과 햇살과 노을과 별이 함께 빚어낸다. 사람이 먼저네 자연이 앞서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신비스러운 보석이 태어나는 과정을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한다한들 부족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한 시인의 말처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참으로 희망적이지 않은가.’희망을 품은 푸른 소금이야말로 염부들의 꿈이다.
[RIGHT]사진 안홍범 / 글 천수림[/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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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