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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드높아진 파란 하늘에 하얀 물감을 군데군데 흩뿌려 놓은 듯한 순백의 구름. 슬그머니 가을이 우리 곁에서 미소짓고 있다.

이젠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황금빛 들녘에선 허수아비와 참새가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오곡백과 풍성한 들과 산, 유난히 무덥고 지루하게 비가 내렸던 지난 여름 내내 땀 흘린 보람이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렸다. 검게 그을리고 주름 깊은 얼굴의 농군도 이때 만큼은 농산물개방이나 수매 걱정도 잊고 미소가 가득하다.

오히려 한여름 뙤약볕과 비바람을 견뎌낸 논과 밭의 벼, 고추, 콩들이 고맙고 기특할 뿐이다. 낫을 들고 벼를 베며 논두렁에 둘러앉아 막걸리에 풋고추를 베어 먹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쿠르릉 쿠르릉’ 콤바인으로 한나절 만에 며칠 동안 허리를 두드리며 해야 할 일을 ‘후딱’ 해치우지만 푸근한 ‘인심’은 여전하다.

한적한 과수원에 먹음직한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풍경도 흘러간 시절의 추억을 일깨운다. 길가에는 가녀린 몸매에 노랑, 분홍, 하얀 얼굴의 코스모스가 갈바람에 방긋 웃으며 손짓을 한다.

마을 뒷산의 밤나무엔 입을 쩍 벌린 밤송이에서 ‘후두두’ 하고 밤알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시골 저녁의 정적을 깨뜨린다.

이제 곧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이다. 주름 깊은 할머니의 손길도 바빠진다. 객지에서 고생하다 내려올 자식 생각에 무엇 하나 더 걷어 먹이고, 싸서 손에 들려보내고 싶어서일 것이다. 굽은 등을 펴지도 않고 고추 말리고 깨를 털면서도 “내는 괜찮아, 차 조심하고 천천히 내려오래이”  본인보단 먼 길 자식 걱정이 앞서는 어머니, 바리바리 싼 보따리도 모자라 “차 막히면 심심풀이로 하나씩 먹으며 가래이” 힘든 일로 뭉툭 마디 굵어진 손으로 밤 대추를 듬뿍 바지주머니에 터지도록 넣어 주시는 우리 할머니.

항상 고향은 가져오기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우리들이지만 올핸 할머니의 거친 손, 굽은 허리라도 주물러드리는 사랑이 넘쳐나는 한가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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