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9급 고졸 첫 여성 고위공무원 유은숙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

“제 이름 유은숙(Yu Eun-Sook)의 영문 이니셜이 YES예요.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어릴 때부터 늘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Yes, I can’을 외치며 다짐하곤 했지요. 아버지께서는 자주 칭찬을 해주셨어요. 실제로 아버지의 칭찬이 제 삶의 큰 힘이 되었고요.”
지난 5월 초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유은숙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57)의 말이다. 유 실장은 이번 임명을 통해 중앙고위공무원(현재 1천5백여 명)에 이름을 올린 ‘고졸, 9급 출신 최초의 여성’이 됐다. 유 실장의 이름 앞에는 항상 ‘최초’, ‘유일’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유 실장은 이미 1999년 11월 ‘행정자치부 최초의 여성서기관’으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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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명은 유 실장 개인뿐 아니라 공직사회에도 그 의미가 깊다.
한때 ‘금녀의 구역’으로 일컬어지던 고위공직사회에 여풍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유 실장은 “열정을 가지고 늘 일을 즐기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 실장은 서울여상 졸업 후 산업은행 은행원으로 일하다 38년 전 공무원 공채를 통해 전 총무처 연금국의 행정서기보(9급)로 공직에 첫발을 들였다.
“행정서기보로 처음 맡은 임무는 공무원 연금급여관리 업무였어요. 퇴직한 공무원들 영수증을 관리하는 단순 업무였지요. 좀 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즈음에 정부에 컴퓨터가 도입됐어요. 그때 부서 과장님의 권유로 컴퓨터를 배우게 됐고요.”
어렸을 때부터 ‘주산왕’으로 통했던 그에게 컴퓨터는 또 하나의 신세계였다. 컴퓨터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당시 과장님의 배려로 당시 신규직원인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었어요. COBOL, FORTRAN 등 프로그램 언어를 이용한 프로그램 개발에 흥미를 갖게 됐지요. 매일 밤샘을 하며 프로그램을 짜곤 했는데 그동안 일해 왔던 은행업무나 행정업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행정업무를 전산화하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처음으로 태동되는 시기였지요.”
그 무렵, 행정전산화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전산직이라는 새로운 기술직군이 만들어졌다. 그는 기꺼이 기술직군인 전산직을 선택했다. 이후 야간 대학에 진학해 낮에는 공무원으로, 밤에는 학생으로 주경야독했다. 실무처리 능력배양을 위해 전산분야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정보처리기술사 시험에 도전해 2년 만에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다. 당시 그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사 합격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정보처리기술사 홍일점 탄생’이라는 내용으로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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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처리기술사는 제가 맡고 있던 업무에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 규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처리기술을 이해하면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지독하게 공부했지요. 퇴근 후 집 근처 독서실에 가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귀가하는 생활을 계속했어요. 시어머니와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거예요.”
현재 93세인 그의 시어머니는 어린 두 손자를 정성을 다해 돌봐주시는 등 뒤늦게 공부하는 며느리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었다.
그는 “지금 이 자리는 시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전산학과가 개설된 숭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석사,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유 실장은 “공직에 있으면서도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지식 습득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했고, 전문성 있고 넓은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다 보니 기술사도 되고 박사학위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실장의 38년 공직생활은 우리나라 34년 전자정부 성장의 역사와 같이한다. 유 실장은 1977년부터 총무처 정부전자계산소 업무분석과에서 근무하며 전자정부 초기 단계인 행정전산화 업무를 해왔다. 이후 전산처리관, 행정자치부 정부전산정보관리소와 전자정부국 서비스정보화과 등에서 근무했다.
최근까지도 행정안전부의 행정정보 공유 및 민원선진화추진단 행정서비스 부장으로 전자정부 정책 및 시스템 구축 업무 등에 힘써왔다. 정부민원포털인 ‘민원24’는 그가 추진한 대표적 사업이다. 민원 24는 2011년 유엔 공공행정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유 실장은 “시행착오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면서 “멘토가 있었더라면 조금은 시행착오를 덜 수는 있었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발굴해 나가면서 그때마다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인생의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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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