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종로구는 지난 3월부터 악성 체납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타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배당권(채권)을 신용정보회사의 협조를 받아 압류하는 부동산경매정보(REIDA)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체납자가 다른 채무자들에게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경매에서 배당받게 된 경우 곧바로 배당금을 압류하는 제도다. 전국에서 처음 시행되는 것으로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낼 수 있어 다른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
이 제도가 시행된 배경에는 2011년에 도입된, 체납자들의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자동으로 압류되는 ‘전자예금압류시스템’이 있다. 과거에는 체납자가 타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경매 물건에 대한 배당권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 전산망을 활용해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세수 확장에 크게 기여했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획기적인 시스템들은 모두 세무1과 이종인 주택조사팀장(과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이종인 팀장은 “현재 업무상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아이디어 초안만 건네주고 구체적인 개선안은 관련 부서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제안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세무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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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는 관내에 국가기관, 고궁, 주한외국기관 등이 많아 비과세 면적이 70퍼센트가 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과다 비과세·감면에 따른 보전제도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만, 이런 특성 때문에 세원 발굴이나 세수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제 업무가 아니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유하고, 어떻게든 재정을 든든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메모한다”고 한다.
제목을 먼저 만들고 구체적인 방안이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덧붙여가며 제안서를 만든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개선안을 만들었다.
그중에는 시행되면 파급효과가 크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만든 ‘인터넷 도메인 거래 시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과세 방안’이다.
“도메인이란 숫자로 표시된 컴퓨터 주소를 이용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문자로 변환해 표시한 것을 말합니다. 누구나 도메인을 만들 수 있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등록하면 됩니다. 도메인은 사고 팔기도 하는데, 인터넷 이용자 수가 늘면서 재산 가치가 급격히 커졌어요. 그런데 컴퓨터 관련 업종은 지방세가 부과되지 않아요.
도메인의 취득세나 등록면허세를 신설하면 새로운 세원(稅源)으로서 구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열심히 자료를 모아 이 내용과 관련한 논문을 만들었어요. 내부의 평가도 좋았고, 서울시 우수 논문상까지 받았지만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시행 시기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안타깝지요. 물론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사업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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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그는 양천구·강서구·마포구·용산구를 거쳐 2007년 종로구로 자리를 옮겼다. 일반 행정직으로 출발했지만 우연히 병행하게 된 세무 업무에 매력을 느껴 보직을 변경한 것이 벌써 20년 전.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열정적이다. 문제가 눈에 띄면 풀릴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도 그대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미루는 법이 없고, 적당한 선에서 대충 넘어가는 것도 그와는 맞지 않는다.
그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마포구청 재직 당시인 2001년, 그는 대기업과 세금 추징을 놓고 7억여 원 상당의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자료 수집, 변론 등 전 과정을 혼자 수행하며 얻은 결과였다.1심에서 패한 뒤 상담을 위해 만난 변호사조차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그는 항소했다. 아무리 봐도 합법적인 과세라 포기할 수 없었다. 완벽하게 자료를 준비한 덕분에 2심에서는 승소했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그는 “힘은 들었지만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부도 기업을 인수하면 매입하는 쪽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 주는 혜택이 있었어요. 잠깐 발효된 한시법이다 보니 선례가 없어 지자체와 기업 간 다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당시 서울시 강남구와 중구는 고문 변호사를 통해 대리 소송을 했는데도 패소 판결을 받았고요. 그래서 더 집요하게 매달렸죠. 방대한 양의 서류들을 꼼꼼히 조사하고, 법 조항을 일일이 뒤져가며 분석을 했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판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전국적인 파급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법 시행이 끝나기 전에 판결이 나왔다면 각 지자체들이 유사한 사례들을 재조사해 충분히 세금을 거둘 수 있었을 테니까요. 타이밍을 놓친 것이 지금도 참 안타까워요.”
최근에도 그는 상습 체납 차량을 경찰청, 한국도로공사와 공조해 찾아내는 합동단속반 운영, 재산적 가치가 있는 인기번호를 사용하는 체납자의 ‘전화사용권 압류’ 같은 개선안을 내놓았다. 일종의 직무 발명인 이 아이디어들이 지면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괜찮은지 묻자 그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각 지자체 세수가 늘어난다면 오히려 보람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나누려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종인 팀장. 전문성과 사명감이 돋보인 그는 ‘천생’ 공무원이었다.
글·최선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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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