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IBK기업은행!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국민 여러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지난 4월 4일 만난 조준희 행장은 이 글귀를 음미하듯 외웠다.
방송인 송해씨를 모델로 내세운 이 광고 카피는 기업은행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에 다름 아니다. 중소기업의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은행,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은행이 그것이다. 이익보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출사표이기도 하다. 이 카피를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조 행장이다.
지난해 5월, 기업은행에 큰 경사가 생겼다. 창립 반세기 만에 개인고객 1천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속도다. 개인고객이 어느 해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통상 많이 증가해 봐야 50만명 안팎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백만 이상 순증했다. 조 행장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취임하자마자 각종 영업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철폐했습니다. 쥐어짜기로 단기 영업성과를 올려봐야 오래 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직원들 사기만 꺾을 뿐이지요. 공부도 스스로 해야 성적이 오르는 것처럼 영업도 자율적이어야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잘 따라와 준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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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조 행장은 “역대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30년이나 기업은행에 몸담은 ‘대선배 조준희’를 믿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일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그동안 기업은행의 발전을 가로막은 낡고 불합리한 관행을 혁파했다. 그 결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고객의 증가세는 여전히 강하다고 조 행장은 강조했다. 올해도 지난해 못잖은 성과가 기대된다. 기업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으로 한걸음 한걸음, 하지만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행이 개인고객 확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이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에서 비롯되므로 조달비용이 적을수록 은행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행보는 다른 은행과 조금 다르다. 오히려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올 초에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천억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낮추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장 자금시장이 들썩이고 주가가 뚝뚝 떨어지더군요. 설득했죠. 기업은행의 주 고객인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기업은행이 반석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이죠. 요즘엔 많이 이해하고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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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크지 않다. 자산규모가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분야에서만큼은 부동의 1위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던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전체 중소기업 신규대출의 91퍼센트가 기업은행에서 나왔다. 2011년 말 현재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은 21.4퍼센트로 2010년보다 0.72퍼센트 증가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은행의 설립 취지를 감안했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기업으로서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CEO로서 무책임하다는 질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 행장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고객들의 충성도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다른 은행에 있는 예금을 기업은행으로 옮기고 다른 신용카드 대신 기업은행 카드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옳은 일을 하니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기업의 이익은 부침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도경영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조 행장은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더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연체이자율을 한 자릿수로 인하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이맘때의 연체이자율은 18퍼센트였다.
개인고객 1천만명을 돌파한 지난해 5월, 조 행장의 마음은 사실 뒤숭숭했다. 발단은 “기업은행이 이제 중소기업이 아닌 개인에게로 돌아선 것이냐”는 지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개인고객 확충과 중소기업 지원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화두로 잡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업은행에 예금해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는다’는 답을 내놓게 된다.
“우리 기업의 99퍼센트는 중소기업입니다. 또 근로자의 88퍼센트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가 일자리입니다. 중소기업이 잘되면 고용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이 선순환을 만드는 데 기업은행이 기여할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과 별도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미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인 ‘잡월드’ 사업을 통해 이미 4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았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취업약자 채용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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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은행업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고졸행원들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7명이었던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을 올해 1백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정 출신들도 채용하고 있다.
이태원이나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밀집지역 지점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결혼이주민을 배치하고 있다.
장애인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정부가 정한 장애인 고용 할당 비율을 오히려 초과해 고용하고 있다. 적당한 자리가 없으면 필요한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맨으로서 조 행장의 꿈이 궁금했다. “기업은행의 이방원이 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태종 이방원이 5백 년 조선왕조가 튼튼히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듯이 자신도 기업은행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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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