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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으로 중학교 체육교사된 김인탁씨




“3차 실기시험 종목에 배구와 수영이 있습니다. 일반 수험생과 동등하게 시험이 치러집니다. 팔 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서울시 중등교원 임용 3차 시험을 앞둔 김인탁씨는 교육청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왼쪽 팔꿈치 아래 5센티미터부터가 없다. 교육청에서는 김씨가 과연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김씨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괜찮습니다. 장애를 감안해 실기를 준비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김씨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3차 실기시험을 치렀고 지난 1월 27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팔 또는 다리가 없는 장애(지체장애 3급)를 딛고 일반학교 체육교사가 된 사람은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지난 3월 1일 자로 영등포구 선유중학교에 정식발령을 받아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김씨는 세 살 때 왼쪽 팔 일부를 잃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경기도 양평에서 축산업을 하던 시절 건초를 자르는 기계에 어린 김씨의 왼팔이 들어갔단다. 도저히 봉합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린 김씨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단지 축구를 좋아하는 꼬마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사춘기가 찾아왔다. 김씨는 불현듯 잃어버린 왼팔의 존재를 아프게 의식하게 됐다. 놀리는 친구가 있으면 오른 주먹이 올라갔다. 개구쟁이이던 김씨는 점점 조용하게 변했다.





김씨는 2003년 상명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전공 특성상 봉사활동을 할 일이 많았다. 1년간 강서구 지온보육원에 나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김씨는 깨달았다. ‘아, 나는 학생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구나.’

이때부터 김씨는 교사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왕 교사가 될 거라면 좋아하는 분야를 가르치고 싶었다. 체육이었다.

인터넷에서 체육교육과 실기시험에 대한 동영상을 찾아봤다. 높이뛰기, 소프트볼 던지기, 지그재그 달리기, 농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씨는 체육교육과로 편입을 결심했다.

편입시험장. 심사를 보는 교수와 함께 시험을 치른 수험생 모두 김씨를 보고 놀랐다. 체육교육과에는 장애인전형이 따로 없어 지금껏 김씨 같은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이내 응원으로 이어졌다. 김씨가 실기시험 종목을 해낼 때마다 수험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비장애 학생과의 경쟁 끝에 김씨는 고려대 체육교육과 07학번이 됐다.

편입 뒤 그는 축구 동아리 주전멤버로 활약하며 고대컵과 총장배, 대학생 클럽축구대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바다를 1킬로미터 왕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한 김씨였지만 임용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임용시험 3차까지 간다 해도 장애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 “왜 굳이 힘들게 교사가 되려하느냐.” 모두 김씨가 상처받을까봐 걱정한 것이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실기시험 때문에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김씨는 이런 자신감으로 차근차근 시험을 준비했고 결국 최종합격했다.

하지만 김씨도 정식발령을 받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 특히 장애 때문에 가르치기 어려운 종목이 있다는 게 가장 염려스러웠다.

김씨가 2010년 4월 한 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할 때의 일이다. 배구 수업이었다. 양손을 써야 하는 운동이기에 평소 잘 해 보지 않았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토스 시범을 보일 수 없어 우선 동영상을 보여줬어요. 그 뒤 제가 공을 던져 주면 학생이 오버토스를 할 수 있게 연습시켰죠.”

뜀틀, 옆돌리기, 수영…. 그가 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자세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힘든 종목은 더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보조교사를 붙여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김씨는 “못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고, 어려운 종목이라도 방법을 찾아 가르쳐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교사보다 업무가 느릴 수도 있다. 하다못해 김씨에게는 교사에게 필수적인 타이핑도 익숙지 않다. 하지만 남의 손을 빌릴 생각은 없다. 이를 위해 합격통보를 받은 뒤 부지런히 타이핑과 엑셀, 파워포인트 작업 등을 연습했다. 김씨가 이처럼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특이한 교사’가 되기 싫어서다.

“제 자신부터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야 학생들도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평범하게 보듯 다른 장애인들도 남과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보며 ‘저 선생님은 저렇게 힘든데도 해냈구나. 나도 잘할 수 있어’라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김씨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스스로가 체육을 통해 새로운 꿈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찾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됐듯이 말이다.

글·최예나 (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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