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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곤 강남세무서 조사팀장




지난 2월 13일 오후 7시25분 서울 송파세무서.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불 켜진 사무실이 많았다. 이 건물 옆쪽 반지하실에서 “뿌~!” 하는 색소폰 소리가 일제히 울려퍼졌다. ‘국세청 사랑나눔봉사단 & 폰콰이어’ 소속 중급반 단원들은 이렇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여기서 색소폰을 연습한다. 같은 시간대에 화요일은 초급반, 목요일은 상급반 단원들이 각각 연습한다.

다소 긴 이름의 이 단체는 국세청 직원들로 구성된 ‘국세청 사랑나눔봉사단’과 일반인들로 구성된 ‘폰콰이어’를 합친 색소폰 봉사단체다. 전체 인원은 70여 명이며 국세청 직원은 20~30퍼센트가량이다. 장운길 강동세무서장도 회원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04년 10월에 현 단장인 김경곤(50) 강남세무서 조사팀장이 음악봉사를 목적으로 만들었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하나둘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 단체는 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한 단체 중 하나다.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소외된 이웃을 위해 4백여 회의 자선공연을 펼쳤다. 공연 장소와 대상도 장애인학교, 장애인 재활원, 보육원, 요양원, 노인대학, 교도소, 학교 축제, 다문화가정 어린이, 경로잔치, 외국인근로자, 마을회관, 청소년수련관 등 다채롭다.

공연은 색소폰이 주가 되지만 다채롭게 진행된다. 2시간 공연을 기준으로 하면 색소폰 10여 곡 연주와 국악을 전공한 단원 최해리가(50)씨의 가야금병창·판소리·부채춤 등 국악공연, 마술, 벨리댄스, 통기타 연주, 일반 가수 찬조출연 등이 펼쳐진다.

3김경곤 단장은 지난해 초에 현기증이 나서 쓰러졌다. 2010년 한해에만 무려 90회의 음악봉사활동을 펼친 후유증이다. 일과시간 후나 주말 등을 이용해서 매주 2회 공연을 한 셈이다. 의사는 “과로해서 진이 빠진 것이니 무조건 3개월간 쉬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공연을 계속했고 지난해에도 64회나 공연을 했다. 요즘 건강이 안 좋은 이유다.

김 단장은 색소폰 연습과 몸만들기에 열심이다. 지난해 많이 아팠던 탓에 올 들어서는 공연을 별로 못 했기 때문이다. 설 다음날인 지난 1월 24일 경기도 성남시의 노인요양원인 자광원에서 공연한 이후 공연을 못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3월부터 자선공연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단원들과 함께 맹연습 중이다. “봉사활동도 일종의 중독입니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아서 우리 손을 잡으려고 하다가 넘어질 뻔했어요. 이런 분들을 생각하니 좀이 쑤시더라고요. 이제 몸도 좋아졌으니 다시 힘차게 공연을 해야죠.”

한 달여 만에 공연을 재개한다는 설렘 탓인지 색소폰을 부는 단원들의 표정에 상기된 기색이 역력했다.

단원인 정대성(60) 세무사는 “색소폰 봉사활동을 하니 좋은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35년간 공직에 있다가 지난해 말에 송파세무서 법인세과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정 세무사는 2010년 2월 송파세무서로 발령받은 후에 이 단체에 가입했다. 지난해 초에는 부인 문정희(57)씨도 가입해 부부가 함께 색소폰을 배우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 퇴임식 때 집사람과 함께 색소폰을 불었습니다. 부부가 취미가 같다 보니 얘기할 시간이 많아 금슬도 좋아졌습니다. 색소폰을 불면 복식호흡을 하게 돼 건강도 좋아집니다.”

김경곤 단장도 부부 단원이다. 부인 한명숙(47)씨는 지난해 9월부터 남편이 단장으로 있는 이 단체에서 색소폰을 배우면서 음악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음악봉사에만 열중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못마땅해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은 색소폰 없이는 못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못하게 하면 인생이 허무하잖아요. 나중에는 저도 같이 하게 됐고요.”





그가 음악봉사활동에 눈뜬 것은 집안에 우환이 많아 힘들 때 최일도 목사의 <마음열기>라는 책을 읽고 감동받은 게 계기가 됐다.

2004년 6월부터 ‘밥퍼’ 봉사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색소폰이 가슴에 와닿아 그해 8월부터 종로의 한 교습학원에서 색소폰을 배웠다.

현재의 연습실은 김 단장이 지난 2008년 초 강남세무서로 발령받은 후 마련했다. 당시 송파세무서장이던 고 이영주씨가 이 단체의 공적 기능을 높이 평가해 기사대기실로 쓰던 곳을 현재 연습실로 쓸 수 있게 허용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이 공간을 음악연습실로 바꾸었다. 공무원 월급으로 이런 돈과 악기구입비, 한 번에 1백만원 이상 들어가는 무료공연경비 등을 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사명감을 갖고 버텨나갔다.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회원들이 회비를 거두자고 제안해서 4년 전부터는 소정의 회비를 거둬 공연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연습에 여념이 없는 ‘국세청 사랑나눔봉사단 & 폰콰이어’ 단원들에게 애로사항이 뭐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2008년 3월에 가입한 단원인 이병덕(46) 서린실업 대표이사는 “우리 단체가 좀더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음악봉사를 해온 그는 자원봉사의 4대 요건으로 자발성, 공익성, 무대가성, 지속성을 들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해보니까 가장 힘든 것이 지속성입니다. 저는 공무원으로 재직 중일 때는 물론 퇴직 후에도 음악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이 길이 평생 제가 갈 길입니다.”

글·박영철 기자 / 사진·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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