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진기자 출신 오영상씨, 생태보고 <땅끝 해남의 자연자원> 펴내

오영상씨는 3년 전 고향인 해남으로 돌아온 ‘귀농기자’다. 오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17년 동안 광주에서 일간지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그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오씨는 고향인 해남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을 그만두기 전 제 인생의 2막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고향으로 돌아가 생태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 떠오르더군요. 나무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탐방로를 만들고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고요.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해설도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09년 말 오씨는 바람대로 해남으로 귀농했다. 오디와 매실 등 나무를 심고 배추, 무, 땅콩 등의 작물을 기르며 농사일을 배웠다.
자연해설을 하기 위해 산림청의 숲 해설 과정도 이수했다. 마침 22년 된 지역신문사에 편집국장 자리가 비어 회사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주중에는 신문사에 근무하고 주말에는 농사를 지었습니다. 주중이라도 이식한 묘목에 물을 줘야 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 밭에 나갔다가 회사에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농사가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오씨는 여기에 한 가지 일을 더 하고 있다. 생태사진을 찍는 것이다. 오씨는 야생 동·식물에 관한 책을 낸 생태전문가다. 국내 야생화와 야생조류 사진 분야에서 꽤 유명해 수차례 생태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그런 그도 20여 년 전엔 꽃이나 새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는 ‘자연 문외한’이었다.
“1990년 봄, 무너진 돌담에 핀 노란 야생화가 예뻐 보여 실컷 촬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꽃이 민들레더라고요. 흔한 꽃 이름조차 모르는 지역 일간지 기자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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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이때부터 각종 식물도감을 읽으며 꽃의 종류를 익히고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야생화 사진을 찍었다. 야생화가 없는 겨울에는 철새를 촬영했다. 한때 스포츠신문사 사진기자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속사 촬영이 생명인 조류사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렇게 10여 년 동안 찍은 생태 사진을 골라 2002년에는 <무등산 야생화>, 2004년에는 <전라도 탐조여행>을 책으로 냈다. 민들레도 모르던 기자가 생태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야생 동·식물을 찾아다니다 보니 전국의 오지란 오지는 거의 가봤을 정도다. 날아다니는 새를 찾아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황새는 경계심이 많아 한번 도망가면 30~40킬로미터는 족히 이동합니다. 때문에 간척지에서 황새를 촬영하려면 하루에도 비포장길을 1백여 킬로미터나 달리기도 하지요.”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한번은 개답공사가 완료되기 전 해남 간척지에서 황새를 촬영하다가 차가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워낙 오지다 보니 휴대전화도 불통이라 20여 리의 거리를 걸어 나와 구조요청을 했다. 밀렵꾼으로 오인을 받아 경찰이 출동한 적도 많다.
“카메라에 6백밀리미터 렌즈를 끼우고 새를 촬영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총을 쏘는 밀렵꾼의 모습이거든요. 온갖 사진장비에 몰골도 말이 아닌 때가 많아 불심검문도 많이 받습니다.”
3년 전 해남으로 온 후에는 노트북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고장나 70기가바이트나 되는 사진파일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2년여에 걸쳐 발품을 팔아 사진을 다시 찍어 모았다. 하지만 일부 희귀 동·식물은 다시 찾지 못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오씨는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얼마전 오씨는 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해남의 동·식물을 꼼꼼히 기록한 생태보고서인 <땅끝 해남의 자연자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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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해남의 자연자원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귀농해보니 고산유적지, 대흥사, 녹우당 같은 문화자원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고천암 가창오리나 두륜산 대흥란 같은 자연자원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요.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자연자원을 정리하는 데 나서고 싶었습니다.”
오씨가 펴낸 이 책에는 해남에 서식하는 나무와 들꽃 1백16종, 텃새와 철새 98종, 나비와 곤충 12종 등 모두 2백51종의 동·식물이름과 학명·분포 등이 자세히 실렸다. 4백50컷에 이르는 사진은 오씨의 정성과 노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팔색조, 소쩍새, 독수리, 수달 등 천연기념물 10여 종의 모습은 귀한 생태자료이다.
오씨는 “앞으로도 미처 사진에 담지 못한 해남의 자연자원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귀농할 때 구상했던 생태체험농장을 만드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그의 꿈이다.
글·손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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