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에게 ‘조연 캐스팅’이 들어왔다. 제목은 <하울링>. 늑대개의 연쇄 살인을 다룬 영화로, 이야기는 교통경찰 출신 신참 여형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송강호에게 들어온 배역은 신참 여형사의 수사를 돕는 생계형 형사 ‘상길’ 역이었다.
<하울링>의 연출을 맡은 유하 감독은 지난 2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씨가 비중이 작은 역할을 선뜻 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왜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유 감독은 “처음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송강호씨에게 준다고 했을 때 (거절당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거절당하면 나중에 그걸 핑계 삼아 송강호씨에게 한 번 더 작업을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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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극을 끌어가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그가 상대 배우 은영(이나영 분)을 ‘받쳐주는’ 배역을 연기한 소감은 어땠을까. 송강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상길 역할이) 조연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적은 분량이었다”며 “그나마 촬영하면서 다듬다 보니 투톱 형식의 영화가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비중을 떠나서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마음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미물에 가까운 짐승과 가녀린 여형사가 우리가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사회적 폭력에 맞선다는 것, 그래서 아픈 곳을 치유하고 나중에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비중을 떠나서 그냥 영화가 좋았어요.”
우리는 이 대목에서 송강호가 ‘진짜 배우’임을 알 수 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가 조연급 역할을 연기하겠다고 나서기란 쉽지 않다. 자칫 영화 관계자들이나 관객들로 하여금 ‘송강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고, 그 자체로 자신의 입지를 평가절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계산’에는 관심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작품 그 자체다. 그렇기에 역할의 크고 작음은 그에게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울링>의 상대 배우 이나영은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는 순간순간이 영광스럽다. 그가 상대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를 선택하고 싶은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이나영은 “하울링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었다”며 “그러나 송강호 선배님이 옆에 계셨기에 맡은 바 역할을 다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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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상대 배우의 잠재 역량과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최고의 파트너로 손꼽힌다. <푸른소금>에서 송강호의 상대 배우로 열연한 신세경은 “송강호 선배는 혼자 돋보이려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로 지도를 잘해주셔서 배운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영화 <밀양>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도 “종찬(송강호 분)이 있었기에 신애(전도연 분)라는 인물이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었다”며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송강호에게 돌리기도 했다.
영화에서 배우들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 하더라도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강호는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상대 배우의 연기까지 조절할 줄 아는 천생 연기자다.
영화 <하울링>은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신참 형사 은영이 파트너가 돼 늑대개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의 수사극이다. 번번이 승진에 실패하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상길은 늑대개 살인사건이 서러운 형사 생활을 한 방에 바꿔줄 기회임을 직감하고 수사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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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외로움과 고달픔에 몸부림치면서도 따뜻함은 결코 잃지 않는 만년 형사 상길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무심한 듯 다정하고, 진지한 듯 유쾌한 송강호 특유의 화법은 여기서도 살아 있다.
<하울링>은 범죄 수사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사실 인간드라마에 가깝다. 영화에 등장하는 ‘질풍’이라는 늑대개는 늑대도, 개도 아닌 존재로 어떤 세계에도 완벽히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과 같다. 두 주인공인 상길과 은영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경계인이자 소수자다.
유하 감독은 “<하울링>은 괴수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울링>은 “주변의 흔한 이야기들을 늑대개라는 특수한 피사체를 통해 들여다보려고 한 가족 영화”다. “상길, 은영, 그리고 늑대개.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하울링>은 이들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글·박소영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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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