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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온 몸에 문신을 한 채 민소매 티를 입고 부산 시내를 활보한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곳에는 어김없이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 속 한 장면 이야기냐고? 아니다. 영화배우 하정우의 얘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촬영 당시 하정우는 10시간에 걸쳐 온 몸에 문신 분장을 했다. 부산 폭력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를 완벽히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남자, 문신을 지우지 않은 채 부산시내를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휴식을 즐긴다. “흥미로웠어요. ‘최형배’라는 인물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호프집에 가거나 택시를 타면 다들 굉장히 상냥하게 저를 대하시더라고요(웃음).”





지난해 12월 말 열린 <범죄와의 전쟁> 제    작발표회에서 하정우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발표회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웃음과 내숭기 없는 털털한 말투는 그의 솔직하고 유쾌한 성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문신 분장을 할 때의 고충을 이렇게 표현했다. “만감이 교차하죠. 처음 시작할 때는 잘 참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순간, 짜증 나는 순간, 신경질 나는 순간이 와요.”

하정우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일 줄 안다. 이게 바로 인간 하정우의 순수한 매력이다.

그런데 사석에선 이렇게 순수한 그가, 어떻게 영화에만 들어가면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이 되는 걸까. 그는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기존 작품을 보면서 유사 캐릭터를 분석하고, 주변 인물의 특징을 관찰한다. 장면 장면에서 철저한 계산을 통해 빈틈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하다못해 사투리 하나를 하더라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연변 사투리를 하다가 부산 사투리를 하려니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외국어로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그의 완벽주의는 이럴 때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그는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받으며 부산 말투를 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는 서울에서 연습 시간을 가졌고, 촬영하기 한 달 전에는 부산에 내려가서 어학연수를 했죠. 그 정도로 (두 언어가) 다른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부산 친구들을 계속해서 만난 것. 하정우는 부산 말투와 억양이 입에 익을 때까지 그들과 함께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범죄와의 전쟁>은 ‘영화계의 대부’로 불리는 최민식과 ‘대세’ 하정우가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영화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추격자>의 하정우와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간의 대결구도로 모아졌다. 그러나 하정우는 “그런 단편적인 연기 대결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개인적으로도 ‘강한 캐릭터’들의 만남이 흥미로웠던 만큼 관객분들도 그 부분을 재미있어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지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몰래 준비하거나 기 싸움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어요.”




하정우는 “(영화는)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이뤄 한 작품을 책임져야 하고, 그 앙상블 속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식 선배보다) 당연히 제가 부족하죠. 저는 그저 어떻게 해서든 선배님 옆에서 최형배라는 캐릭터를 잘 연기하기 위해 집중했을 뿐입니다.”

이미 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입지를 굳힌 그이지만, 하정우는 여전히 배우는 자세를 잊지 않는다. 그에게 겸손은 필수 덕목이다. 그는 “현장에 최민식 선배가 계시고, 또 어른이 계시다는 게 후배 배우들에게는 정말 큰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많은 부분을 가르쳐 주시고 일깨워 주셔서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최민식 선배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 왔고, ‘언젠가 선배와 한 스크린 안에서 연기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20대를 보냈거든요. 선배와 이번 작품에서 만나게 돼서 개인적으로도 기쁩니다.”

하정우는 2월 초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2월 말 <러브픽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 톱스타들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새 영화 <베를린>을 촬영중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팬들은 하정우의 숨 돌릴 틈 없는 스케줄이 반갑기만 하다. 그의 명품 연기를 자주 만나볼 수 있으니까.

글·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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