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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은 내 삶의 자랑스러운 나날들




지난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UEA) 두바이에서 열린 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UAE전(한국 2대0 승)에서는 또 한 명의 백전노장이 탄생했다. 선수가 아닌 의사 선생님이다.

지난 1996년 대한축구협회 의료분과위원회 멤버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축구대표팀 주치의 나영무(49) 솔병원 원장이 15년 만에 자신의 1백번째 대표팀 경기에 나선 것. 나 박사는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지난 15년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나 박사는 그동안 홍명보·유상철·이영표·이동국·박지성·차두리·손흥민 등 축구의 ‘별’들과 애환을 함께 하며 차범근·허정무·히딩크·베어벡·조광래 감독을 도왔다. 대표팀 주치의는 명예직이기에 축구에 대한 애정과 헌신 없이는 1백경기의 영예를 이룰 수 없다. 대표팀 주치의는 월드컵 때를 제외하고는 경기마다 위원들이 나눠 담당한다. 1백번째 경기를 치르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대표팀 주치의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자원봉사로 해외원정 때 축구협회로부터 항공권과 숙소만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대표팀 경기 기간에는 현업을 잠시 접어둬야 하는 만큼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대한축구협회 의료분과위원회 소속 의사들은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많은 불편을 감수한다.

나 박사의 데뷔전은 1997년 9월 잠실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경기 종료 5분 전에 ‘팽이’ 이상윤(현재 부산 아이파크 코치)의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거둔 이 경기는 TV 시청률이 69퍼센트(3사 공동중계)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나 박사는 “결승골이 들어갈 때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을 정도로 흥분했다”고 말했다.




1999년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선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나 박사는 김은중이 넘어진 걸 보고 그라운드로 뛰어가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바람에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렇다고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고통을 참고 뛰어가서 치료를 마치고 벤치로 돌아와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이후 오랫동안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가 가장 몸관리를 잘하는 선수로 꼽은 이는 박지성이다. 나박사는 “박지성은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지니면 부상 확률이 적다는 의료계 정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선수다”라며 “훈련과 대표팀 생활을 규칙적으로 정확히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특히 상대와 몸싸움을 할 때 넘어지는 요령을 가장 잘 아는 선수라고 했다. 보통 선수들은 넘어지면서 무릎이 꺾여 큰 부상을 당하기 쉽지만 박지성은 온 몸을 이용해 넘어지면서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켜 특정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나 박사는 “박지성은 프로 초기부터 일본과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해서인지 부상을 피하는 요령과 부상 후의 몸관리에 대해서도 개념 정립이 확실히 서 있다”며 “의사 입장에서 몸관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손흥민 같은 젊은 선수들은 풀타임을 뛰어도 팔팔할 정도로 예전 선수들보다 체력이 업그레이드됐다고 소개했다.

나 박사의 1백경기에는 남녀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의 경기가 포함돼 있다. 그는 “여자 대표팀을 맡으면 아무래도 조심스럽다”며 “감수성이 예민해선지 한 선수를 치료하면 다른 선수들이 시샘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표팀 주치의로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언제일까. “선수들이 부상 이후 충분한 휴식과 치료 없이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려고만 할 때”라고 한다. 그는 “박지성도 무릎 수술을 받고 9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아마 국내 구단이었다면 3개월 만에 치료를 끝내고 경기에 나섰을 것”이라며 “제대로 치료를 끝내지도 않고 경기에 나섰다가 부상만 더 깊어져서 다시 병원을 찾아온 선수도 많이 봤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 박사는 ‘부상 투혼’이란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황선홍과 이민성 등 많은 선수들의 인대가 너덜더덜해질 정도로 손상된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며 “선수 생명을 단축하는 최악의 말이 ‘부상 투혼’이다. 다친 선수는 충분히 휴식을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 선수 이외에도 피겨 김연아, 리듬체조 신수지, 농구 하승진 등 스포츠 스타들의 치료를 담당해왔다. <축구의학> <의사들이 권하는 스트레칭>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등 책도 활발하게 냈다.

나 박사의 꿈은 축구단 창단과 스포츠의학 전문가를 배출하는 스포츠과학대학원을 세우는 것이다. 나 박사는 최근 일산에 축구장을 임대해 부상 선수들의 재활을 돕고, 병원 직원들로 구성된 축구팀을 만들었다. 나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유소년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축구단을 창단하고 싶다”며 “스포츠의학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학교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ㆍ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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