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모처럼 노인이 주인공인 사람 얘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더니, 뜻밖에 이런 큰 상을 받네요. 허허. 흥행 스코어나 시청률에 연연하는 요즘엔 이런 작품이 별로 없는데.”
이순재씨는 이번 수상으로 금계백화장영화제 사상 최고령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개인으로선 연기 생활 55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1977년 백상예술대상 이후 34년 만의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수상 직후 전화로 인터뷰한 이씨는 “쭉 해왔던 일이라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할 뿐”이라는 건조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 노배우는 뻔한 공치사 대신, 한국 영화·드라마에 대한 ‘쓴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한국 영화가 흥행에 급급한 나머지 너무 획일화되어 가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에서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반응이 좋았나 보다.
“사람 얘기니까.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다. 노인들 문제 안에 희로애락이 들어 있는 잔잔한 영화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공감대가 높았던 것 같다. 한국·중국·일본은 한자 문화권으로 인간 본연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영화를 함께 만들고 보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노배우들이 출연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최근 충무로에서 이례적인 영화다.
“요즘 테마가 대체로 어른들 중심 얘기는 별로 없다. 젊은 사람 이야기만 가득하다. 모처럼 노인들이 앞서서 영화를 만들었고, 이렇게 상까지 받았다. 영화 자체가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참 좋은 영화였다.”
국내에선 작품에 비해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영화에 대해선 나나 윤소정씨 등 출연자들이 상당히 만족했다. 결과야 어떻든 보람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홍보만 잘되면 4백만~5백만도 가능하겠다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그렇게는 안 되더라. 그래도 4개월 넘게 꾸준히 관객들이 찾아주셨다.”
요즘 한국 영화, 영화 산업은 어떤가.
“영화도 그렇고 텔레비전 드라마도 흥행·시청률만 중요하다 보니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괜찮게 만들어도 배급사나 이런 곳이 돕질 않는다.
후원(투자)도 적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저예산이다. 한국 영화 대부분이 폭력적인 조폭 영화거나 근거도 없는 싸구려 코미디인데, 이젠 주제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 연기자들은 외국 영화에도 활발히 출연하고 있는데.
“(이)병헌이도 할리우드 다녀왔지만, 아직 초입 단계다. 앞으로는 연기 자체가 인정받는 단계로 가야 한다. 아쉬운 것은 일부 젊은 연기자들이 연기의 본질이 약한 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쉬는 시간엔 틈나는 대로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우리 배우들 실력이 모자란다고 보나.
“소질이야 좋지. 그런데 일부는 모델에서 바로 배우 되기도 하지 않나. 연기 훈련 안 하고 그 정도 하는 것 보면 자질은 좋은데, 훨씬 더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역에 한계가 생긴다.
액션이나 깡패는 잘해도, 변호사나 회사 중역 등 지적으로 괜찮은 역할은 연기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젊은 배우들이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들의 풍부한 연기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본인의 젊은 시절과 요즘 후배들을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는 프랑스 영화나 이탈리아 영화를 교재 삼아 독학했다. 독학이지만 각 국가의 대표 연기를 보고 따라했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요즘은 연기 학원도 많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다. 자수성가해야 했다. 요즘은 얼마나 좋나. 학원도 있고 돈도 많이 벌고.”
일흔여섯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이다.
“건강이 유지되고 또 (TV와 영화에서 나를) 필요로 하니까 계속하는 것이다. 60·70년대엔 영화만 1백여 편 출연했는데 80년대부터 좀 뜸했다. 텔레비전 일이 바빴고 출연할 역할도 없고 그랬는지 별로 찾지도 않았다. 2~3년 전부터 한국 영화 메커니즘이 달라지면서 조금 찾아오기 시작한다.”
한때 국회의원도 역임했다. 최근 트위터 등에서 정치 얘기 많이 하는 배우들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연예인이라고 정치 성향 갖지 말라는 법 있나. 방송 안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게 문제지, 그 밖에서는 얼마든지 정치적인 성향 있을 수 있다. 최종원 의원이나 김을동 의원이 성향은 달라도 국회의원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1~2명이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글·오현석 (조선일보 대중문화부 기자)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난 2월 개봉한 추창민 감독 작품. 노인들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낸 멜로 드라마로, 만화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순재,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 주연. 20~30대가 주도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주연배우 평균 연령이 69세라는 ‘용감한 시도’로 1백64만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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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