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식당 ‘단지’는 개업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이미 뉴욕타임스는 물론 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포스트·데일리 뉴스 등에 잇따라 소개되는 등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단지’의 셰프 겸 오너인 김훈(38·후니킴)씨의 한식 세계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김훈씨는 “한식 세계화는 가능성보다는 당연히 그렇게 되는 ‘필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0월 6일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게 한식이면 당연히 팬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언젠가는 한식이 글로벌 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벤트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전이나 광고는 호기심을 줄 수 있겠지만 결코 팬은 생기지 않는다”며 “음식이 유명해지려면 조그만 식당 한두 곳에서 시작해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는 것이지 선전으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이벤트 위주의 한식 세계화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 차원에서 음식을 잘하는 셰프를 해외에 많이 내보내거나 한식을 요리하는 외국인 셰프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맛있는 식당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급하게 하지 말고 인내해야 한다”며 저변을 두루 다져가는 방식의 접근법을 거듭 주문했다.
한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의 별 등급을 받았는데.
“이틀 전 전화를 받았다. 미슐랭의 편집국장인데 우리에게 별 등급을 주게 돼서 영광이라고 하더라. 이름을 물으니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진짜 미슐랭이구나 생각했다.”
‘단지’의 전문 음식은.
“어디선가 퓨전 한식당이라고 썼던데 사실은 전통 한국음식을 판다. 골뱅이 무침과 육회, 보쌈, 고추파전, 잡채, 안창살 구이, 파무침, 갈비찜, 부대찌개, 은대구 조림 등이다. 가격대는 보통 10?6달러 정도이고 제일 비싼 보쌈이 18달러다.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뉴요커들은 푸짐한 것보다는 한두 명이 와서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맛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매출은 어느 정도 되나.
“일주일에 3만달러(3천6백만원) 정도다.”
서양인이 좋아하는 한식은.
“음식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고 그냥 맛있게 잘 만들면 된다. 고기와 야채를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좋은 재료를 쓰면 손님들의 신뢰가 커진다. 우리 집에서는 골뱅이 무침과 보쌈, 불고기 샌드위치 등이 비교적 잘 나가는 편이다.”
한식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모르겠다. 등급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선전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셰프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이 한식 먹고 싶어할 때 마땅히 데려갈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 미식가들을 위해 자긍심 차원에서 이 식당을 하게 됐다.”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가능성이 있느냐보다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에 한국인 셰프가 많은데 이들이 모두 외국 요리를 한다.
유명식당에 가면 보통 두세 명이 있는데 이들이 식당을 나와서는 한국요리를 안 한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요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식당이 있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데 그게 한식이면 세계화가 된다.”
정부 차원에서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행사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보면 이곳에서 A급인 음식이 그곳에서는 C급이 되고 만다. 음식 맛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행사는 호기심은 주지만 `‘맛’에 대한 팬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것은 식당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10년 전 세계 최고였던 프랑스 요리가 지금은 스페인에 자리를 내줬다. 스페인 정부가 주방장을 해외에 많이 내보내고 외국인 주방장들을 도와준 게 비결이었다.”
포부가 있다면.
“글쎄. 사실 4월까지는 지금 이 상태가 포부였다(김씨는 지난해 12월 오픈해 처음 넉달간은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집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맛있다고 얘기한다.
또 다른 꿈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음 꿈을 정한다면, 한국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는 기대가 있으니까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겠다. 그 이후는 그때가서 생각하겠다.”
글ㆍ정규득 (연합뉴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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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요리사 김훈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10세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다.
의대에 다니던 중 마지막 학기에 요리사로 진로를 바꿨다.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를 받은 유명 프랑스 레스토랑 ‘대니얼(Daniel)’과 맨해튼의 고급 일식당 ‘마사’를 두루 거친 뒤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 유명 식당가인 헬스키친 내에 한식당 ‘단지’를 개업했다. 이후 뉴욕타임스,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두 번에 걸쳐 소개한 바 있다. 2011년 ‘뜨는 스타 요리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달 UN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한식세계화를 위해 노력 중인 현지 동포들과 그가 운영하는 한식당 ‘단지’에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프랑스 타이어 제조업체 미슐랭(Michelin)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이자 가이드북이다.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포하는 자동차여행 안내책자로 출발해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리고 있을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별 개수로 레스토랑 등급을 표시하며 최고 등급은 별 3개다. 그동안 홍콩의 한식당 ‘서라벌’ 등이 별 아래 등급인 ‘포크 앤드 스푼’ 등급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식당이 별 등급을 받은 것은 ‘단지’가 처음이다. 별점은 맛, 분위기,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을 가장한 전담요원이 전 세계 10여개 주요 도시의 식당을 수차례 방문해 등급을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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