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공유(32)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다.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울림은 꽤 묵직하다. 하지만 공유는 ‘벌써 10년’이라며 스스로 도취되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없는 듯했다.
“한 번도 스스로를 칭찬한 적 없어요. 늘 불만족스러웠고,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스트레스만 가득했고요. 그런데 문득 이만큼 버틴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모았고, 지금 이 순간을 만든 내가 기특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그래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그러면 너무 창피해져요.”
지금까지의 10년이 ‘공유’라는 일종의 브랜드를 구축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가 오롯하게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유가 선택한 <도가니>는 그의 영화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작품이다. 트렌디 드라마 안에서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던 그의 얼굴에서, 관객들은 과연 삶의 무게로 고통스러워하는 무력한 남자의 표정을 어색함 없이 목격하게 될 것인가.![]()
영화 개봉 후 공유의 연기에 쏟아지는 호평은 그의 변신이 무척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공유는 애초에 섣불리 호평만을 예상하며 들뜨지 않았다.
“전 아직도 긴장돼요. 충격을 주거나 울리는 것만이 목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보는 이의 마음은 움직이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중간중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가 너무 숨 막힐 정도로 세게 몰아치는 것처럼 느끼실까봐 걱정도 되고요.”
<도가니>에 출연하며 스스로 세웠다는 공유의 목표는 조금 의외다. 그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공유가 인호를 연기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주목받기보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이 먼저 돋보이길 원했다는 얘기다.
“소설 속 인호는 정말 완벽하게 무력해요. 전 그런 인호를 연기하고 싶었고요. 감독님께 처음부터 단호하게 말씀드렸어요.
‘죽었다 깨어나도 인호가 영웅이 되는 건 싫다’고요. 인호가 느끼는 무력감을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느끼길 바랐어요.”
그렇게 공유는 <도가니>에서 ‘멋있는 배우’로 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렸다. 심지어 몇몇 장면에선 그의 얼굴이 도무지 연기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말 못하는 아이들이 섧게 우는 걸 하릴없이 바라보는 그 황망한 표정은 ‘진짜’다. 그 순간 공유의 눈빛은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는 거지?’ 하는 무력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게 봐 주셨다면 정말 기뻐요. 속된 말로 ‘내가 이 컷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도가니>에선 더욱 그랬어요. 누군가는 ‘연기를 왜 저렇게 밋밋하게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이 영화에선 그렇게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제 표정이 보이는 거요.”![]()
군 제대 후 <김종욱 찾기>(2010)에 이어 잇달아 영화를 선택한 공유의 행보는 일종의 야심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유는 “작품만 좋다면 트렌디 드라마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제가 보기보다 그렇게 전략적이지 않아요(웃음). 솔직히 더 늙기 전에, 기왕이면 사람들이 예쁘게 봐줄 때, 흔히 얘기하는 ‘샤방샤방한’ 드라마 한 편쯤 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있어요. 하지만 작품 할 때마다 ‘이걸 통해 확실히 자리매김할 거야!’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잇달아 영화를 선택한 데 어떤 전략 같은 게 있었던 건 전혀 아니라는 거죠. 다만 이제부터 제가 스스로 길을 만들고픈 욕심이 분명히 있어요. 남들이 뭐라든지, 가끔 실수하고 틀렸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차차 내공이 쌓이겠죠.”
공유가 꿈꾸는 ‘배우로서의 로망’은 어쩌면 요즘 젊은 남자 배우들의 그것과는 방향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는 ‘원 톱’으로 근사하게 돋보일 수 있는 액션영화엔 “관심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소속사 식구들이 언젠가 물어보더라고요. 액션영화 제안 들어오면 출연할 거냐고. 그래서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김종욱 찾기> 개봉했을 때 <아저씨>가 한창 화제라 ‘공유씨는 왜 액션 연기 안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거든요.
진짜 싫었어요. 전 관심 없어요. 젊은 남자 배우가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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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유가 유일하게 욕심을 부리는 건 딱 하나다. “좋은 배우로 잘 늙고 싶다”는 바람이다. 시작보다 끝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단다. “그러기 위해선 잘 늙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름 하나하나에 인생을 담는 법을 고민해야겠죠. 지금은 남들이 뭐라든 상관없어요. 다만 아주 나중에라도 ‘공유는 참 괜찮은 배우였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럼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무덤 안에서도 웃을 것 같아요.” 다행히 공유의 바람은 그저 단순한 소망으로만 그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도가니>는 그가 얼마나 단단하게 여문 배우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훌륭한 계기가 됐으니까.
글·이은선 (무비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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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