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백만 돌파 눈앞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제목 그대로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깨고 날아올랐다. 지난 8월 24일 기준 1백70만 관객을 넘어 2백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손익분기점이 1백50만이다.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는 1967년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으로 문을 열었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새로운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전인미답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첫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흥행에 성공한 심재명(48) 명필름 대표를 만나봤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는데 제작자로서 기분이 어떤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1백만 관객 돌파도 의미가 있지만, 제작자로서는 사실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그 정도까지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다. 여기까지 온 게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흥행에 성공한 원인이 뭔가.
“1백만 권이 넘게 팔린 원작 동화를 등에 업고 시작한 게 컸다(원작 동화는 황선미 작가의 작품으로 2000년 초판 발행 이후 지금까지 1백1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또 하나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아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게 주효한 것 같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가 부모에게 보여달라고 조르는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원작 동화를 읽은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와서 함께 보는 영화다.”
명필름과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가 공동 제작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에서 탈출한 암탉 ‘잎싹’과 청둥오리 새끼 ‘초록’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 의지, 꿈을 향한 도전, 가족애 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는 명필름이 제작에 참여한 첫번째 애니메이션이다. 1996년 설립된 명필름은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 그동안 실사영화만 제작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의 30번째 개봉영화이면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첫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이유는 뭔가.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만 그 나라 언어를 입히면 된다. 진입장벽을 덜 느끼면서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북미에서는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가 전체 영화시장의 40퍼센트, 일본은 20퍼센트나 되지만 우리는 겨우 0.3퍼센트다. 이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영화 제작자의 입장은 그랬지만 한편으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딸(현재 중3)에게 좋은 우리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권선징악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결말도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 점이 스스로 부담되지는 않았나.
“원작의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아이들에게는 무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원작에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감동하는 것에서 가능성을 봤다. 시나리오 개발과정에서 영화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를 창조하기도 했다. 원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수다쟁이 수달 ‘달수’와 후반부 10분가량 펼쳐지는 청둥오리 파수꾼 선발대회는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와 내용이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6년이 걸렸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2009년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2년 연장된 셈이다. 원작이 훌륭해도 영화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간 공을 들였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돈을 번 사례가 없다 보니 투자사나 배급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국내 애니메이션의 성공모델을 찾은 셈인가.
“이 영화 한 편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영이 달라진다고는 보지 않지만 유능한 제작자와 실력 있는 애니메이션 종사자, 주류 배급사가 힘을 합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중국에도 수출된 걸로 아는데.
“9월 말 2천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그 정도면 중국에서는 중급 규모라고 하더라. 한국에서는 언론의 관심도 많고,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들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흥행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
외국 시장까지 겨냥한 글로벌화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법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한국 시장에서 흥행되고 인정받은 다음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는 시장이 좁으니 해외를 겨냥해야 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외국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낯설어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애초에 해외를 겨냥해 대규모 제작비를 투여하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가능성을 열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애니메이션이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존 애니메이션이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분야라 선진 외국에서는 매우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는 투자도, 제작도 활발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5억6천만원을 투자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7억원을 지원 받았다. 초기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도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글·라동철 (국민일보 문화생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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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