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8·15 광복절은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희생과 투쟁 끝에 흘린 피로 어렵게 나라를 되찾은 날입니다.”
지난 6월 1일 광복회 19대 회장에 취임한 박유철(73) 신임 광복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광복절의 의미가 점점 퇴색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교육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와 그 유가족들이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절인 1965년 2월 민간단체로 설립됐다. 전국 12개 시도지부와 83개 지회를 거느린 광복회의 회원 수는 6천9백여명으로, 광복회장은 대통령 자문 국가원로회의 위원으로 국가최고원로 대우를 받는다.![]()
마침 인터뷰 전날인 8월 8일 미국 지명표준위원회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하겠다”는 의견을 국제수로기구(IHO)에 전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박 회장은 “참 답답한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며 “독도와 동해 표기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장기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7월 말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 때도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7월 28일 광복회원 2백여 명을 이끌고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들의 입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 각지의 광복회 지부에서도 비슷한 규탄집회가 열렸다.
“자민당 의원들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자국 정부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울릉도 방문 강행 쇼를 연출했습니다. 소속 정당의 당론까지 무시하고 보란 듯이 만행을 저질렀죠. 방위백서와 교과서를 통해 독도영유권 주장을 상시화하려는 전략과 일치합니다.
엄연한 우리 땅 독도를 일본 소유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도를 차단하고자 집회를 열게 됐죠.”
광복회는 일본대사관에 전달한 항의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잇따른 경고성 발언조차 무시하고 뻔뻔하게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교활한 술책”이라며 “일본 자민당과 일본 정부는 개인 차원의 얄팍한 정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국 의원들에게 우롱당하지 말고 울릉도 방문을 당장 취소시켜라”고 성토했다.
박 회장은 친가와 외가, 처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중국 상해에서 태어났다.
박 회장의 부친은 광복군 상해 지대장을 지내고 제5대 광복회장을 역임한 고 박시창 장군이다.
박 회장의 조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와 대통령을 지낸 고 박은식 선생이다. 외조부는 일제 때 상해 거류민단장을 지낸 고 최중호 선생이다. 한편 박 회장의 부인은 구한말 언론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고 양기탁 선생의 장손녀다.![]()
이 같은 집안 배경으로 매년 광복절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도 광복 관련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독립기념관 4, 5대 관장과 백범기념관 건립위원장,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위원장을 지냈다. 국가보훈처장(장관급)을 지낼 때는 조국 광복에 헌신한 애국지사들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광복회장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광복절날 자택에 태극기 내거는 일을 손수 챙긴다. 박 회장은 “매년 광복절이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나라를 사랑하신 집안 어른들게 감사를 드린다”며 “집안 어른들을 따라 나 역시 나라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예전보다 위상이 약해진 광복회의 쇄신 방침을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광복회는 출범 후 독립기념관, 백범기념관, 안중근기념관 건립을 이뤄냈고, ‘순국선열의 날’ 제정을 주도했다. 또 중국 만주 등지서도 독립선열 유지 계승을 위해 독립운동 기념비와
위령탑을 세웠다. 매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거론할 때도 가장 먼저 규탄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광복회는 회원들의 고령화와 잇따른 별세로 조직 자체가 축소돼 왔다. 회원수는 6천9백명가량이지만 회원 대다수는 독립운동 유가족들이다. 여태껏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들은 회원 중 극히 일부다. 박유철 회장은 “올 8월 기준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는 국내외를 통틀어 1백44분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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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현재 소송 중인 친일재산 환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순국선열 애국지사 사업기금’을 조성해 생존 애국지사들을 돌볼 계획이다. 그는 “서울 시내에 독립운동 선열들의 위패를 모실 ‘추모의 전당’을 건립할 것”이라며 “같은 광복회관을 쓰는 국가보훈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빈 공간을 잘 활용해 유가족들의 복지 향상에도 힘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복회는 이 나라와 국민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단체가 돼야 합니다. 또 앞으로는 민족통일에 기여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순국선열들이 독립운동을 할 때 반쪽짜리 대한민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하나 된 조국을 원하셨죠. 이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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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