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드라마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영화가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은 까닭인지 윤계상은 환한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가수 윤계상은 잊히고 배우의 이미지가 짙어졌다”는 말에 “너무 고맙다”며 “요새 부쩍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지금 꼬마들은 내가 가수였다는 것도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차승원 분)이 워낙 강한 캐릭터라 윤필주(윤계상 분)는 묻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하고 싶었기에 그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영화에서는 조연이 빛날 수도 있지만 드라마에선 주인공 외의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요.
특히 각본을 쓴 홍정은·미란 자매는 확연히 남녀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요. 어떻게 연기를 보여줄까 고민을 많이 했죠. 독고진과 비교했을 때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체적인 극 전개에 맞춰 튀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춰 가겠다는 생각으로 연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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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을 결국 연적에게 보내 주면서도 상대를 지키는 배려심과 자상함에 열광한 여성 팬들은 ‘필주앓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윤계상에게 환호를 보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고, 욕심이 많았던 때에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김기덕 감독이 썼고, 연출은 다른 감독이 하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한 번 읽어 봐라’ 해서 보게 됐어요. 그러고는 완전히 반했죠. 그걸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출연)한다고 했어요. 전재홍 감독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하는 말이 ‘합시다’였어요.
저는 ‘예’ 했죠.”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제자이자 후배다. 전재홍 감독의두번째 작품인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까지 맡은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외부의 투자를 일절 거부한 채 자신의 영화사인 ‘김기덕필름’의 제작비 2억원으로만 영화를 만들었다. 주연배우와 스태프는 사전 계약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 간 전재홍 감독은 “지오디 때의 윤계상은 전혀 몰랐다”며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보고 <풍산개>의 주인공은 무조건 윤계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풍산개>는 윤계상이 없었으면 절대 만들어지지 못했을 영화”라고 말했다.
“배우로서는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이제까지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갈망하고 욕심 부리고 조바심을 내 왔다면 지금부터는 길게 보고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는 여유와 혜안이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사람과 물건을 남북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풍산 역을 맡았다. 국정원의 협박성 의뢰를 받은 풍산은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고위간부의 애인(김규리)을 남으로 데려오게 되는데, 죽을 고비를 함께 겪는 과정에서 남녀 간 애틋한 호감이 생긴다.
그러나 남북의 엇갈린 이해는 이들의 사랑을 비극으로 몰아 간다. 극중 대사 한마디 없고 남측인지 북측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풍산은 세상의 질서에 길들지 않은 유령 같은 남자다. 윤계상은 사랑하는 여자와 자기만의 세계를 위해서 세상과 맞서는 한 남자의 순수한 내면을 다양한 표정과 액션으로 보여줬다.
“지오디는 우연처럼 찾아왔고, 정신 차리고 보니 3집을 냈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당시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모르고 한 시절을 보냈다는 게 후회가 돼요. 요새 후배 가수들, 아이돌스타들을 보면 기가 막히게 잘해요. 우리 때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됐어요.
우리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요새 아이돌스타들은 다 갖추고 시작하잖아요.”
윤계상은 “요새 후배 아이돌스타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춤과 노래뿐 아니라 체계적으로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 가르쳐 주지, 연기 선생님 붙여 주지, 예능 프로그램 출연시켜 주지… 시스템이 정말 좋아졌어요. 저희 때는 그런 거 없었어요. 예능 프로그램 한 번 출연하려고 해도 PD님 앞에서 꼬박 기다려야 했죠. 김밥 먹으면서도 노래 연습할 시간이나 대기실도 없었다니까요.”
<최고의 사랑>에서 부드러운 남자, <풍산개>에서 강한 남자. 실제의 윤계상은 어느 쪽일까.
“굳이 따지자면 강한 남자 쪽이죠. 저는 절대로 남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양보하지는 않을 거예요. 드라마에서 윤필주를 연기하면서는 정말 답답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의 저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었을 거예요. 집념이 센 편이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도전하고 부딪치지만, “그렇다고 확률 제로의 게임은 안 한다”는 것이 윤계상의 말이다. 연기도 연애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보면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윤계상의 승부수는 맞아떨어진 셈이다. 출연작마다 흥행에 고전하다가 이번 드라마에선 인기를 얻었고, 영화에선 ‘배우로서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었으니 말이다.
“윤필주같이 모든 것을 갖춘 남자뿐 아니라 거지 역할을 해도 되고 한심한 ‘찌질이’도 어울리죠. 사실적인 얼굴과 사실적인 외모. 이게 배우로서의 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윤계상은 오는 9월부터 MBC 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글·이형석 (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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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