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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갔다 춘천 산사태로 희생된 인하대생들




“재현이 형은 요리를 잘했어요. 그래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동아리 사람들에게 먹이는 것을 좋아했죠. 재미있는 성격의 민성이형은 항상 후배를 잘 챙겨 주는 멋진 선배였어요. 정희 형은 성격이 좋아서 모두가 친형처럼 따랐을 정도였고요. 책임감이 강했던 용규는 과묵하지만 성실한 친구였어요. ‘인하대에 들어와서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며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강상규(23·인하대 전기학과)

“경철이와 명준이는 항상 밝은 성격에 재치가 있어 우리를 웃기던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유라는 엉뚱하지만 해맑은 성격의 소유자였고요. 늦게 입학해 나이가 많았던 슬기는 싹싹한 성격으로 동기는 물론이고 선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요. 유신이와 명준이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은사가 저희 동아리의 선배라는 인연이 있었어요.”–한세미(20·인하대 신소재공학과)




지난 7월 31일 인하대학교 학생회관에 위치한 ‘아이디어뱅크’의 동아리방에서 만난 학생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전했다.

곳곳에 걸린 추모의 현수막이 숙연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인하대 교정에는 젊은 청춘들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듯 소리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발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모임인 ‘아이디어뱅크’의 회원은 80명. 이 중 35명이 여름방학을 맞아 과학 실험이나 실습이 쉽지 않은 시골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발명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춘천으로 떠났다가 7월 27일 오전 0시 10분쯤 마을을 덮친 산사태를 만났다. 10명이 목숨을 잃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이경철(20) 최민하(19·여) 김재현(25) 이정희(25) 이민성(25) 신슬기(22·여) 성명준(19) 김유라(20·여) 최용규(20) 김유신(20)씨 등 10명이다.

학교 분향소에 조문을 온 고(故) 성명준씨의 친구 이호범(20·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씨는 “명준이는 동아리와 관련된 일에 항상 적극적이었고 책임감이 강했다”며 “1학기를 마칠 무렵 명준이가 ‘여름방학 때 춘천에서 과학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자랑했는데…”라고 말했다.

고 성명준씨의 외할아버지 박용노(69)씨는 “캠프를 떠나기 전 용돈으로 준 5천원권 지폐 2장이 유품인 지갑에서 흙 묻은 채로 발견됐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며 외손자를 먼저 보낸 슬픔을 나타냈다.

7월 31일 오전 인하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거행된 합동영결식은 빗속에서 치러졌다. 고 김유라씨의 아버지 김용주(55)씨는 “대학 1학년 첫 방학을 맞아 떠난 캠프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오라고 했는데 죽어서 돌아오니 슬프다”며 눈물을 삼켰다.

고 이정희씨의 여동생 이선화(23)씨는 “캠프 첫날인 25일 밤 ‘휴대전화 충전기를 안 가져와 혹시 전화를 못 받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며 전화가 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꼈다.

고 이민성씨의 어머니 김미숙(50)씨는 먼저 떠난 아들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내려놓으며 “좋은 곳으로 가라, 아들아. 조금 있다가 만나자”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들과 딸을 잃은 슬픔에 목놓아 우는 어머니와 아버지, 오열의 현장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대학 선후배와 친구들. 영결식은 남아있는 이들의 눈물과 통곡 속에서 진행됐다.

고 김유신씨의 작은아버지 김현수씨는 영결식을 마친 8월 2일에 사이버분향소를 통해 “슬픔은 우리 삶의 본질이 될 수 없습니다.

죽음은 삶의 다른 모습이라고 여깁시다” “산 자의 몫을 다하도록 합시다. 병상 학우들이 걱정입니다. 많은 문병 부탁드리고, 여러분들께 희망의 기쁜 날들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라는 글을 적어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을 남기기도 했다.

인하대학교 사이버분향소에 애도의 글들이 이어졌다. 추도의 글을 올린 네티즌들은 젊은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하러 갔다가 희생된데 대해 애도하면서, 그들의 봉사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번에 희생된 고 김유신씨의 친구가 올린 글이다.

<유신아! 잘가라! 유신이 덕에 알게 된 김유라씨, 이민성씨, 최민하씨, 이정희씨, 김재현씨, 최용규씨, 신슬기씨, 이경철씨, 그리고 명준이. 좋은 곳에들 가시고 수고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 김재현씨의 친구는 벗을 잃은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잘 가란다는 말이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다만 너한테 많이 배웠고 재밌는 일도 많았고. 앞으로도 자주 생각 날거야.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정확히 슬픔이 뭔지도 모르겠다. 이걸 말해 주고 싶다. 넌 꽤 괜찮은 사람이었어.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냐만. 할 말도 결국은 잘 가라는 말이구나. 잘 가라 재현아. 편안한 곳으로 가길 바란다.>

“아직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지만 언젠가 극복하게 된다면 먼저 간 친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친구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죠”라는 한세미 학생의 말처럼 남은 이들이 하루빨리 슬픔을 극복하고 떠난 이들이 남긴 숭고한 봉사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글·이윤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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