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과정 3년째인 이보람(32)씨는 ‘과학 한국’을 책임질 유망한 젊은 과학자다. 흔히 ‘포항공대 박사과정’이라고 하면 과학고, 명문대를 거친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려니 할 테지만, 그의 인생은 조금은 남다르다.
그는 고교 시절 무척이나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교 1학년 때는 반에서 7등 정도를 유지했어요. 공부에 흥미를 못 느껴서 그런가 성적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더라고요. 반에서 15등, 20등까지 떨어져 봤어요.”
고교 2학년 어느 날,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보람씨는 성적이 떨어진 것에 대해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누구나 겪는 슬럼프를 잠시 겪고 있는 것이다. 너는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고 한다.
“그 일을 겪은 바로 다음 시험에서 절치부심해 전교 29등을 했어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사건이지만 저는 이 작은 성공을 통해 뭐든지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지금도 그 선생님께 감사 드려요.”
그렇지만 놓쳐버린 기본기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았다. 고전 끝에 그는 동아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1, 2학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열심히 공부해 학점 잘 받아 취직이나 잘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2년간의 군생활이 또 한 번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흔히 남들에겐 기피의 대상이고 괴로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군생활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언급하는 모습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필자는 사뭇 놀랐다.
“군대에서 별명이 처음에는 ‘재수 없는 놈’이었어요. 온갖 악재가 겹쳐서 보직이 4번이나 바뀌는 사태가 발생한 거죠. 하지만 저는 매번 보직이 바뀔 때마다 적극 배우는 자세로 성실하게 임했죠. 결국 군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전문가가 돼버렸어요. 사람들이 모르는 일이 생길 때마다 저를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별명은 ‘A급’으로 바뀌었죠. 하하.”
그가 2002년 강릉 MBC가 선정한 모범병사에 뽑힌 것은 그의 이런 군생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모습은 그의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진다. 성공적인 군생활만큼 연구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세칭 ‘명문대’가 아니었던 출신 대학이 대학원 입시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부산대 대학원 재료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다.
“그래도 석사 시절은 본격적인 연구를 처음 시작하게 되어 정말 재미있었어요. 연구에서는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따라오더군요. 정말 열심히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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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으로 무장한 그의 연구에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s·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되어 형성된 고체 에너지원)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며 석사과정 동안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저널에 1편, 국내 저널에 1편의 논문을 실었다. 그리고 평점 4.5점 만점으로 수석졸업의 기염을 토하였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머물지 않았다.
“기왕 연구를 시작한 만큼, 최고 수준의 환경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제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죠. 그래서 박사 과정은 소위 국내 최정상급이라 불리는 곳으로 도전해 보았죠. 요즘은
국내 최정상급이면 세계에서도 최정상급이거든요.”
그러나 이번에도 출신 대학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대학원 입시에 ‘암묵적 선발기준’이 있어 제가 입학을 원하는 대학원에서 동아대 학부를 나온 학생이 입학한 전례가 없을 경우 선발 인원이 0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그가 좌절하고 있을 무렵, 지금의 지도교수인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이건홍 교수가 그를 선발한 것이다. 그는 대학원 입학에 앞서 캐나다 밴쿠버의 한 학회장에서 있었던 이 교수와의 첫 만남을 생생히 회상하며 말했다.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당시 이 교수님께서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야의 연구를 처음 시작하려고 하셨어요. 교수님께서는 제가 어떤 학부 출신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며 저의 잠재력만으로 저를 뽑아주셨어요. 아마 동아대 학부 출신으로 포항공과대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은 제가 처음이지 않을까요?”
이렇게 그는 귀한 인연을 따라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포항공대에서 최초로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야 연구를 개척했으며, 뛰어난 연구 결과도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그 어렵다는 박사과정을 3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할 예정이다. 올 7월에는 3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가스 하이드레이트 국제회의(ICGH)’에서 그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의 20대는 정말 평범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도전이 있었다. 그는 늘 가지 않은 길을 서슴없이 택했고, 늘 발전이 뒤따랐다.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성실함과 거침없는 도전정신, 그는 전형적인 G20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는 보통의 삶 속에서도 특별한 목표를 꿈꾸는 수많은 G20세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ㆍ이재근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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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