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보릿고개 때 학교에서 옥수숫가루빵과 굳은 우유를 나눠줬습니다. 굳은 우유는 하굣길에 입에 넣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씩 빨아먹었지요. 그걸 빨아먹고 오면 배고픈 줄도 몰랐고, 그야말로 기분이 최고였습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봉사단파견사업 시니어단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그때의 그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르완다국립농대(ISAE)에서 제빵기술 보급 사업에 참여하는 최남희 단원의 말이다. 그가 이순(耳順)이 훨씬 지난 나이(65)에 봉사단파견사업 시니어봉사단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가난과 굶주림 속에 맛봤던 ‘옥수숫가루빵’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최남희씨는 2007년 12월 르완다 키갈리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말년에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부푼 꿈보다는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의 베풂으로 인해 따뜻한 유년의 기억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감사와 그에 대한 보답을 위한 ‘봉사의 길’이었다. 그리고 2009년 12월까지 2년간 시니어봉사단원으로 르완다국립농대 식품과학기술과에서 제빵기술 보급에 힘썼다.
식품가공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 재직시절 발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되살려 르완다에 그 기술을 보급했다. 2009년 11월 단원으로서의 임기는 끝났지만 그의 봉사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년의 봉사기간을 마친 그는 봉사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르완다로 향했다.
처음 봉사를 떠날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아내도 함께했다는 것. 그는 “봉사단원 신청을 만류하던 아내는 이제 실험실습 시간에 들어와 열심히 보조해 주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르완다에는 르완다국립농대에 3명, 공과대학에 1명, 국립대학에 1명으로 총 5명의 시니어단원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제빵기술 보급 분야는 그가 도맡고 있다.
“처음 현지 도착 후 빵의 위생 상태를 보고 놀랐습니다. 학생들 급식용 빵도 ‘과연 먹을 수나 있을까’ 할 정도였죠. 재료뿐 아니라 제조 과정도 비위생적이었습니다.”
그는 지원방안을 고심하다 KOICA에 현장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사업은 KOICA 봉사단원이 본인 주도로 소속기관 및 현지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기획, 수행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위생적인 제빵기기를 갖춘 공장설립에 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제빵용 기계를 들이기 위해 한국에서 기계를 사들이고 전기를 보완하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수도에서 1백20킬로미터 떨어진 국립농대로 오는 시간은 그보다 더 소요됐다. 하지만 그는 “어렵게 도착한 제빵기계 하나가 가져다 준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처음 빵을 굽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죠. 먹음직스런 빵들은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어요. 그 다음 날엔 세네갈,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15개국 교육부장관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제빵시설을 시찰하러 왔습니다.” 장관들은 하나같이 한국 제빵기계의 우수성과 빵의 품질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장관들이 시식 후 품평을 하는 모습은 르완다 TV ‘new time’에 방영되기도 했다.
생산된 빵은 품질을 인정받아 타사 제품보다 20퍼센트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기술전수뿐 아니라 식생활 개선에 이어 소득증대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제빵 실습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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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르완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개발도상국에 한국 시니어단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고 말한다.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 공유는 실제로 개발도상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 교육부장관도 ‘한국의 시니어단원이 많이 와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 역시 한국 발전의 근간이 됐던 시니어들이 개도국 가난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호소했다. “다만 의사소통에 무리가 있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 팀당 한 명씩 통역봉사자를 파견해 주는 등의 방법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현지에 있는 봉사자들의 정신무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며 시니어단원으로서 “개도국의 빈곤퇴치에 일조하기 위한 봉사인 만큼 그 취지를 잊지 말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 르완다에는 시니어단원 포함 일반단원 29명, 새마을봉사단원 5명 등 총 56명의 봉사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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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