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선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스 2011 갈라쇼’가 열렸다. 예브게니아 카나에바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이번 행사에 한국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17·세종고)도 나섰다. 그는 “국내 팬들에게 리듬체조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손연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선수들이 득세하는 리듬체조에서 낯선 동양인으로 세계 10위권을 노크하고 있는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스타다. 그는 5세 때 집 근처 세종대학교에서 하는 ‘어린이 리듬체조 교실’에서 처음 리듬체조를 배웠다. 어머니 윤현숙(43)씨는 “리듬체조가 발레인 줄 알고 시켰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손연재는 “국가대표 언니들이 리본을 돌리는 모습이 예뻐 나도 꼭 리듬체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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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몸매와 유연성을 타고난 손연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7년엔 첫 국제대회인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대회(슬로베니아)에서 리듬체조 강국인 동유럽 20여 개국의 선수들과 겨뤄 5위에 오르는 깜짝 성적을 올렸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소속사였던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인
IB스포츠는 대형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손연재와 2008년 전속 계약을 맺었다.
‘리듬체조 요정’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손연재는 오전 학교수업이 끝난 후 하루 7시간씩 연습에 매진한다. 최근엔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로 건너가 혹독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요정’은 많이 먹을 수도 없다. 8시는 돼야 하는 저녁식사도 요거트 하나로 끝일 때가 잦다. “친구들처럼 햄버거를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몸을 가볍게 하려면 참아야 한다”는 손연재다.
운동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어머니 윤씨는 “코치가 고난도기술을 못해 낸 연재에게 ‘이 기술은 빼자’고 했더니 연재가 ‘그럴 수 없다’며 6시간 동안 한 가지 기술만 연습을 하더라”며 웃었다. 중1 때 몸이 아파 일주일을 쉰 적이 있었는데, 손연재는 “일주일이 1년처럼 지루했다. 플로어에 서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손연재의 뒤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전사와 재봉사 역할을 한 어머니가 있다. 윤씨는 한때 직접 경기복을 만들어 외동딸에게 입혔다. 옷감을 사 직접 디자인을 하고 반짝이
장식도 달았다. 그는 “연재에 집중하느라 둘째를 낳을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안나 알랴브예바(카자흐스탄), 율리아나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동메달을 따내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각종 CF와 화보 촬영을 섭렵했고 인터넷 세상도 ‘손연재’로 도배됐다. 중학교 졸업사진이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저우 동메달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긴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자신의 시니어 무대 데뷔 첫해에 얻은 달콤한 열매였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개인 메달은 처음이었다.
올해는 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에서 동양인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근접했다. 포르투갈, 우크라이나, 프랑스에서 차례로 열린 월드컵시리즈에서 종합 순위 12~13위를 꾸준히 유지한 것이다.
프랑스 코르베유에손 대회에서는 후프에서 4종목 중 처음으로 27점을 넘기기도 했다. 손연재는 “후프 파이널에 나가니 몇몇 심판들이 ‘이 동양인 선수는 누구냐?’며 놀라더라”고 말했다.
소녀에서 대표 체조선수로 ‘변신’한 손연재는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 가감 없이 얘기한다. 매트 위에서의 여유, 즉 연기를 리듬체조 스포츠 이상인 예술로 표현하는 능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매트에 서기 전엔 떨린다고 했다.
매트를 벗어나면 평범한 여고생이다. 그는 “시간이 나면 친구들을 만나서 코엑스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스마트폰으로 미니홈피를 보거나 트위터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프로야구 경기장에선 ‘하이킥 시구’로 시선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남자 아이들과 야구를 즐겨 했다는 손연재는 시구를 앞두고 아빠에게 특훈을 받았다고 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아버지 손동수(48)씨는 “체조선수도 담력이 있어야 한다”며 가끔 외동딸을 밤중에 산에 데려가곤 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과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체중 조절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최근엔 ‘라푼젤’이란 영화를 감명 깊게 봤고 미스터리 소설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재미있게 읽었다. 자기계발서도 즐겨 보는 편이다.
손연재의 꿈은 리듬체조를 잘하는 동양인 선수를 넘어 리듬체조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처럼 1분30초가 꽉 차 보이도록 연기를 하진 못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순위가 빨리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9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엔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15장 걸려 있다. 개인종합 15위 이내에 입상하지 못하면 2012년 1월 열리는 패자부활전 성격의 프레올림픽에서 나머지 5장 중 1장을 움켜쥘 수 있지만, 손연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올림픽, 올림픽’ 하고 올림픽을 입에 달고 살았다”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글·장민석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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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