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말이 있다. 각 지역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현지의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고액투자가 필요치 않은 기술을 말한다. 현지인들의 환경과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기술로 개도국에 주로 적용된다.
한동대 적정기술동아리 ‘CRAIST90%’(크라이스트 나인티퍼센트)를 이끌고 있는 전산전자공학부 한윤식 교수는 그것을 “따뜻한 기술, 인간의 얼굴을 가진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기업의 이익만 추구하는 비인격적인 기술이 아닌 현지 사람들의 문화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인격적인 기술이라는 의미에서다.
CRAIST90%팀(이하 봉사단)은 이 ‘따뜻한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태국의 매해 지방을 다녀왔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도국과학기술 지원사업의 기관협력 사업 등을 통해 ‘과학기술 봉사’를 펼치고 있다.
고산지역인 매해 지방은 태국의 주류를 이루는 타이 사람이 아닌 카렌이나 몽과 같은 소수민족 6천여 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카렌이나 몽족은 미얀마와 라오스의 내전을 피해 고산지대로 옮겨와 살게 된 경우로 이들은 단열 및 보온이 전혀 안되는 전통가옥에서
생활한다. 때문에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밤에는 주민들이 항상 추위에 떨며 잠들어야 했다.
봉사단은 현지 조사를 벌인 후 자연순환식 온수난방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설치해 주기로 했다. 특히 집 안의 붉은 흙바닥을 소중히 여기는 몽족의 전통과 집을 열대지방의 지면에서 띄워 올려 집을 짓는 방식을 고수하는 카렌족의 전통을 존중해 가능한 한 전통가옥의 구조를 변형하지 않는 화덕형 온수난방 시스템을 개발했다.
설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1월에 진행했다. 나무와 일반 호스만 있으면 바닥을 덥히고 온수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이 장치는 겨울의 추위에 전혀 대책이 없던 현지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현지인들에게 기술 전수까지 마쳤다. 유지에 필수적인 제어와 보수에 대한 교육도 두 차례 실시했다.
![]()
온수난방 시스템 설치 하나로 현지인들에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한겨울에도 찬물로 어린아이를 씻겨야만 했던 여인들은 따뜻한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고 실내에 있던 화덕이 실외로 옮겨지면서 삶의 질도 높아졌다. 화덕의 매캐한 연기 때문에 늘 감기와 기관지염으로 고생해야 했던 주민들은 더이상 연기 때문에 눈을 찌푸리거나 기침을 하지 않아도 됐다.
봉사단은 향후 5년 이내에 이 지방의 벌목이 완전 금지되는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화목을 대신해 태양열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저가형 태양열온수난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겨울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의 신근식 겸임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흙건축팀을 조직해 매해 지역의 주거문화에 적절한 저가형 친환경 고급주택을 시범적으로 현지인들과 함께 건설했다.
봉사단은 올 가을 흙벽돌 프레스와 함께 흙건축 교육팀을 보내 기술 전수를 하고 흙벽돌을 제작하게 해 겨울에 매해 마을의 요충지에 노인정을 건축하게 할 계획이다. 물론 태양열 온수난방 시스템도 설치한다.
기술 보급뿐 아니라 매해 지역의 ‘빈곤 문제’를 자생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퇴치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매해는 매년 야산에서 약 2천톤의 매실이 생산되지만, 대부분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인은 매실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 매실 음료 산업을 고안해 냈다. 매해와 불과 두시간 거리에 있는 치앙마이를 1차적인 목표 시장으로 정하고 시장성 조사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치앙마이의 대표적 카페 거리에서 매실 음료 시음회도 펼쳤다. 시장조사 등 음료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결과 매실 음료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추후 지역 주민의 비즈니스 관련 교육과 연계해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저개발국 특정 지역의 특산물을 현지인들이 생산해 공동체적으로 농축산물을 가공하여 제품을 만든 뒤 시장에 유통까지 하게 하는 자립형 공동체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육성하는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
수년간 계속된 봉사단의 지속적인 방문연구, 교육 및 보급 활동으로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바뀌었다. 온수난방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고산지역 깊은 마을에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흙건축 전문팀을 조직하여 사회적기업을 구상하는 마을청년 그룹도 생겼다.
한동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국내 공학계열의 전공을 활용하는 봉사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적정기술 연구에 동참하고 싶다는 해외 대학들의 제안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테일러대 등 몇 개 대학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한 교수는 “1년에 두 번씩 현지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이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엔 자신들의 공학적 사고력과 지식 그리고 인문사회적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고 깨닫는 것을 보면 교육적인 효과가 아주 큰 것 같다”며 “이런 사업이 더 많이 진행돼 과학기술로 사회에 기여하는 공학자가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박근희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