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영화 <수상한 고객들>로 흥행몰이 배우 류승범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등 대표 코믹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언뜻 보면 코미디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보험왕 배병우(류승범)가 자살 시도 경력이 있는 수상한 고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촉촉이 눈시울이 젖는 휴먼드라마다.

30대 초반 또래 배우 중 가장 좋은 흥행 타율을 자랑하는 류승범에게 <수상한 고객들>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의 영화다. 그동안 유독 버디 무비에서 강세를 보였던 류승범이 확고히 단독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기 때문이다.

자살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는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그가 <수상한 고객들>을 택한 이유는 명쾌했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당시 자살이 화두였어요. 제 주위에도 자살한 분이 있었고 매스컴에서도 연일 기사가 나왔어요. 극단적 선택은 안 했지만 저 또한 살면서 매우 비관적인 상황에 빠진 적이 있어요.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가난이나 특수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살을 고민하는데 결국 가족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가족 때문에 삶을 택하는 과정이 와닿았어요. 저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충분히 느낄 수 있었죠. 그런 분들과 소통하고 웃고 울면서 위로를 하고 싶었어요.”


극중 배병우는 자살을 꿈꾸는 전 보험회사 부장(박철민), 4명의 아이를 혼자서 책임진 주부(정선경), 틱 장애를 지닌 채 노숙하는 청년(임주환), 가수가 꿈이지만 아버지의 빚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소녀가장(윤하) 등 다양한 캐릭터를 1대 다수로 상대한다. 힘들 법도 했으련만 류승범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혼자서 여러 배우를 상대하느라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반대의 해석을 했죠. 각자 처한 환경 때문에 자살의 위험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 즉 각 상황의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따라다니고 자연스럽게 물결을 탔어요. 상대 배우들에게 내던져지고 상대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연기가 편해지더군요.”

연기 경력 10년차에 누구보다도 필모그래피가 꽉 찬 터라 우쭐댈 법도 한데 류승범은 30대의 나이가 되니 오히려 혼란스럽다며 남자 배우가 진정성을 가지는 40대를 멋지게 받아들일 꿈을 꾼다고 한다.

“제 성격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비뚤어진 부분이 있어요. 제 인생에서 이런 비뚤어진 태도에 기름칠을 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지 아니면 성인다운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요.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정쩡해요. 미래도 준비하고 과거도 돌아봐야 하죠. 남자 배우가 진정성을 가지는 나이는 40대예요. 얼굴에서 삶에서 진짜 남자의 향기가 나는 나이죠. 40대에는 진정 멋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류승범은 인생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동반자들로 배우 최민식과 황정민, 류승완 감독, 연인인 공효진 등을 꼽았다.


“배우로서 특별한 롤모델은 없지만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들은 많아요. 특히 최민식 선배와 황정민 형을 좋아합니다. 최민식 선배는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너무 즐겁고 그분에게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늘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봐주는 분이에요. 황정민 형도 제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는 동반자이고 제 친형도 그렇고요. 공효진씨는 배우로서나 신앙인으로서 존경스럽습니다.”

연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가장 순발력 넘치는 배우로 꼽는 존재가 류승범이다. 황정민은 연기는 철저히 훈련에서 나온다는 자신의 연기관을 흔든 배우로 그를 꼽았고, 박용우 또한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연기를 하는 배우로 류승범을 들었다.

“형들이 본 모습도 제 일부겠죠. ‘사생결단’ 때 정민이 형 시나리오는 화장실에서 바로 써도 될 만큼 휴지가 돼 있었어요. 그만큼 열심히 읽고 분석했다는 얘기죠. 정말 지독하게 훈련해요. 저와는 달라요. 저도 책을 분석하고 연구도 하지만 본능처럼 움직이고 야생적으로 상황에 나를 내던지는 편이에요.”

류승범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데뷔해 반항아의 표상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이후 <사생결단>(2006), <부당거래>(2010) 등 대표작에서 선과는 거리가 먼 나쁜 남자 캐릭터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그는 외유내강형 캐릭터의 도전에 대해서도 욕심을 갖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재미있는 게 어떤 캐릭터더라도 결국 자기 자신은 발가벗게 돼요. 특히 외유내강형의 캐릭터가 그런 편이죠. 지금도 지르지 않는 호흡 속에 감정이 녹아나는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외부 평가에 의해 위축될 때도 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개척하는 길이 외롭다 해도 대중이 원한다면 가야 하겠죠.”

인터뷰 말미에 류승범은 로버트 드니로가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영화는 관객이 만드는 것이고 스태프들이 만드는 것이다. 배우는 후대가 만드는 것이다’는 얘기가 인상이 깊었다는 것.

“배우는 죽는 날까지도 과정에 있어요. 죽어서도 완성되지 못하죠.
배우로 한 시대를 살면서 그 존재가 남는 것처럼 황홀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필름으로 남는 게 아니라 무형의 존재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모신정 (한국아이닷컴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