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3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총 6회의 공연에는 각기 다른 커플이 주역을 맡았다. 이 중 이동탁씨와 한서혜씨는 여섯 커플 중 최연소로 어려운 역을 당차게 소화해 냈다.
<돈키호테>는 정통 ‘희극 발레’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 일반인들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공연이지만 남녀 주역에게는 고난이도의 춤동작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서는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작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꼭 거쳐야 하는 작품이다.
한씨는 “이번 공연으로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에 이어 <돈키호테>까지 경험해 봤다”며 “앞으로 남은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꼭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BS <1박2일> 출연으로 ‘얼짱 발레리나’로 잘 알려진 한씨는 가녀린 몸과 달리 남자만큼의 회전동작을 소화할 정도로 기술이 좋고 점프도 잘 하는 것이 장점이다.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심청> 등의 발레공연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이 중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은 해외에서 호평받은 작품으로 한국발레를 세계로 역수출하는 계기가 된 역작이다.
지난해 10월 입단한 이씨는 단 5개월 만에 주역을 따낸 실력파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그는 발레하기 좋은 신체조건을 갖췄으며 카리스마 있는 춤을 선보인다. 이처럼 이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발레를 시작한 것은 둘 다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던 중에 친구들이 다리를 쫙 찢는 것을 봤는데 무척 부럽더라고요.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발레학원을 얘기하더군요. 그곳에 가면 일주일 만에 다리를 찢을 수 있다고. 그렇게 발레를 시작했죠.”(이씨)
그러나 이씨는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겪으며 잠시 발레를 그만두기도 했다. 태국무술인 ‘무에타이’를 배웠지만 발레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다시 발레를 시작한 그는 앞으로는 계속 발레만 할 거라며 애정을 보였다.![]()
이씨가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라면 한씨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발레에 대한 꿈을 키웠다.
“엄마는 발레 선생님, 고모는 성악, 사촌 오빠는 음악, 사촌언니는 미술 등 제 주변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발레를 시작했죠. 어린 마음에 예쁜 발레복도 좋았고요.”
(한씨)
한씨는 발레 영재 코스를 걸어온 재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시험을 봐서 2005년 입학했다. 또래에 비해 2년이나 빠른 입학이었다.
해외콩쿠르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03 상하이 국제무용콩쿠르 3위, 2005 로잔 국제발레콩쿠르 3위, 2008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은상, 2008 서울국제무용콩쿠르 2위 등을 수상했다.
한씨와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이씨는 수상경력은 많지 않지만 꾸준히 해외무대에 도전해 온 노력파다. 그동안 해외콩쿠르에 출전하면서 외국학생들과 실력을 겨루며 많이 배웠다고 한다.
2010년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발레 재원들의 세계진출이 활발하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발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한씨는 “요즘 발레의 대중화를 피부로 느낀다”며 “과거에 비해 시민들이 공연티켓을 직접 구매해서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발레리노’를 소재로 한 개그도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저도 평소에 개콘의 ‘발레리노’를 즐겨보고 있어요. 그분들이 인기를 끌면서 발레가 많이 알려지고 있어 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 발레리노를 개그 소재로 활용해 안 좋게 보이더라도 실제 찾아온 관객에게 웃음거리가 아닌 ‘멋진 발레’를 보여주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이씨)
한편 요즘 유행어가 된 ‘어텐션’은 발레 연습 시 거의 안 쓰는 말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춤인 발레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 세계무대 진출의 목표를 물어봤다.
“한국발레가 외국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솔직히 국제콩쿠르에 나가 보면 한국인들이 1~2위를 휩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처럼 발레에서 한국이 뛰어나다는 것을 공연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이씨)
세계무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 꼽는 발레리노 혹은 발레리나의 조건은 무엇일까. 한씨는 발레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건강한 몸과 끈기, 인내력을 꼽았다.
한씨는 “과학적으로 발레리나가 전막을 다 췄을 때랑 축구선수가 전후반 쉬지 않고 뛴 것의 체력 소모가 같다”며 “영화 <블랙스완>의 여주인공이 거식증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얼마나 많이 먹는데요”라며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씨도 어마어마한 각오와 노력,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래식음악에 맞춰 한없이 우아해 보였던 발레. 사실 그 뒤에서는 엄청난 끈기와 인내를 갖고 춤을 추는 이들이 있었다.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은 발레 <심청>으로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투어를 떠난다. 이 둘 역시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앞으로 세계에 한국발레를 널리 알릴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이제남 기자 / 사진·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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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