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엄마 같은 상담사 쌤(선생님) 덕에 합격했어요. 제게 꿈을 주셔서 감사해요. 몸이 불편하고 가난이 못마땅해 방황하던 저를 끝없이 다독이고 용기를 주신 쌤이 안 계셨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심리학과에 진학해 쌤처럼 상담공부를 할 겁니다.”
지난 1월 5일 오전 10시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 1층 상담실. 1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모집(문과)에 합격한 유승재(18·부평고 3년) 군이 지난 2년간 자신을 자식처럼 대해 준 청소년상담사 최동숙(48) 씨를 만났다.
유 군과 최 씨는 2008년 10월 처음 만났다. 유 군은 고교 1학년이었다. 최 씨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상담사였다. 머리는 뛰어난데 학교를 종종 빠지고 늘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 군을 지도하던 담임교사가 학교에 들른 최 씨에게 안내한 것이다. 당시 유 군은 가난한 집안 환경과 유전병으로 뛸 수 없는 자신의 몸 탓에 살고싶지 않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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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첫날, 최 씨는 유 군에게 집과 사람 2명, 나무 한 그루를 그려보라고 했다. 유 군은 창문 하나 없이 문이 굳게 닫힌 집과, 입을 굳게 다문 사람 얼굴, 수백 개의 잎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그렸다.
최 씨는 “그림을 보고 유 군이 주변의 통제된 환경에 갇혀 있다고 판단했다”며 “유 군이 단절된 공간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친구가 돼 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상담 프로그램에 맞춰 석 달간 1주일에 한 번씩 학교 앞 벤치·공원·삼겹살집 등에서 만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 군은 “친구와 싸웠는데 제가 이상한가요?” “제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부유한 집 친구가 부러워요” 같은 마음속 얘기들을 최 씨에게
털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최 씨는 자식 대하듯 조언해 주며 유 군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다.
“승재야, 같은 세상이라도 네가 보는 관점과 주변에서 보는 관점은 달라. 넌 피해의식이 있어. 주변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어. 분명한건 네 갈 길은 정해져 있다는 거야. 적극적으로 살면 인생을 즐길 수 있어.”
석 달간의 과정이 끝난 뒤에도 유 군은 수시로 최 씨에게 전화와 문자로 상담하고 때론 만나기도 했다. 유 군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최 씨는 “난 네 편이야” “네 갈 길을 잊지 마”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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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유 군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고2가 되면서 장애인 단체에 나가 봉사활동을 했고,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했다. 고3이 되어서는 공부에 매진, 내신 1등급을 받았다.
유 군에게 큰 시련이 닥친 건 중2 때다. 체육시간에 1백 미터 달리기를 하다 무릎 통증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병원에서는 양쪽 무릎뼈가 서로 어긋나는 ‘다발성 골이형성증’이란 유전병이라 했다. 의사는 “평생 조심하지 않으면 앉은뱅이가 된다”고 했다.
이후 유 군은 달리기는커녕 오래 걸을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과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학고에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유학이나 검정고시를 준비하려 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후 부모와 말도 하기 싫어졌다고 했다.
부평고에 진학해서도 방황했다. 신나게 뛰어노는 친구들을 보면 심리적 박탈감이 커 어떤 때는 정말 자살 충동도 느꼈다고 했다. 이처럼 힘든 때에 최 씨를 만난 것이다.
최 씨는 “10년 넘게 상담사 생활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청소년들의 고민이나 어려운 점을 들어 주고 해결해 주기 위해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 군이 상담사 최 씨를 만난 것도 동반자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센터의 이은경 상담지원팀장은 “지난해까지는 동반자 프로그램에 25명의 상담사가 활동했으나 올해는 37명으로 늘려 청소년 상담활동을 더욱 강화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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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