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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진교실 여는 양종훈 교수




 

“양종훈입니다.” 밝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며 건넨 그의 명함을 받는 순간 손의 느낌이 달랐다. 점자였다. 사진작가이자 상명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인 그의 명함에 점자를 새긴 것은 3년 전 매주말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진교실을 열면서부터다.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찾은 것이죠. 그분들은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흔히 사진을 촬영할 때 프레임(틀) 속에 뭔가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자유롭다. 시각장애인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탁월하다. 손으로 만지고 느낀다.
 

영상미디어학과 학생들이 멘터가 되어 이들과 함께 작업에 참여하면 한두 번 카메라 실무교육만으로 금방 익힌다. 사진 촬영 전 멘터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사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며 느낄 수 있게 한 다음 촬영에 들어간다.
 

“시각장애인들은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그럴 때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초점이 맞다 안 맞다에 대한 기준은 그들의 교본에 없습니다. 그래서 신선하고, 오히려 저와 봉사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보통사람들은 눈에만 의지해 사진을 찍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상황을 마음으로 상상한 뒤 옛날의 경험 등을 담아서 신중하게 찍는다. 그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희망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사진에서는 눈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양 교수와 그가 지도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북한산 산행을 통해 마음과 귀로 북한산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내기도 했으며 한강시민공원, 청계천 등 서울 곳곳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양 교수는 2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 시각장애인인 전문직 부부의 프로필을 만들면서 그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보게 한 이후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문제였다. 기술자나 과학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양 교수는 기다렸다. 그런데 조작이 간편한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그 꿈이 이뤄졌다.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냉소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위의 따뜻한 손길들이 이어지면서 기운을 얻고 있다”는 양 교수. 그가 지도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작품을 모아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1층 갤러리에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의 사진전은 2007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 부문에 낸 제안서가 통과되면서 시작돼 올해로 3회째다.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은 틀에 얽매이지 않아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전시회를 거쳐 내년 서울시 달력에 사용될 예정이며 이후 영문으로 제작해 유엔본부에 홍보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글·강선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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