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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소년의 코리안 드림







 

“푸어 컨추리(가난한 고국) 마니(많이) 마니 잘살게 하고 싶어요.”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의 그는 어눌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대안학교 지리산고교에서 만난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의 켄트 카마숨바(20) 군.
 

이 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10월 30일 2010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외국인 특별전형(농경제사회학부)에 최종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서울대 외국인 특별전형에 해마다 1백여 명이 합격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학교에 다니다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리산고는 2004년 문을 연 대안학교로 전교생이 53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에서는 국내외에서 가난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뽑아 학비와 책값 등을 한 푼도 받지 않고 공부시킨다. 카마숨바 군은 이 학교 개교 이래 첫 서울대 합격자다.
 

개교 이후 국내 학생만 받아오던 지리산고는 지난해부터 가난한 나라의 수재들을 받기 시작했다. 20여 저개발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교사와 현지 교민회, 명예영사 등의 추천을 통해서다.
 

지난해 처음 뽑은 아몽 마티니에(19·코트디부아르), 누루 술찬(17·키르기스스탄)은 2학년이다. 본인만 잘하면 대학은 물론 박사과정까지 학비와 체재비를 대준다. 공부를 마치면 본국에 돌아가 자기 나라와 이웃을 돕는다는 조건이다.
 

카마숨바 군의 고향은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오지다. 고향에서 그는 “들녘에서 딴 과일과 채소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살았다”고 말한다. 혹독한 가난 속에 학교를 갔다 오면 집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우물까지 가서 식수를 길어와야 했고 온갖 심부름을 한 뒤에야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한 학년이 2천명이 넘는 ‘천막 교실’이었지만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갈 돈이 없어 빈둥거렸다. 우연한 기회에 행운이 찾아왔다. 지리산고의 의뢰를 받고 한국에서 공부할 학생을 찾고 있던 현지의 백예철 선교사의 눈에 띈 것이다. 이전까지는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그는 “올림픽을 치르고 눈부시게 발전한 나라이기에 유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낯선 땅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카마숨바 군은 비로소 하루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삼겹살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수업은 외국인 학생 3명만 따로 모인 반에서 교사가 영어로 설명을 하면 학생들이 한국어로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마숨바 군은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 집중수업을 받고 새벽까지 학교 독서실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한국 학생과 함께하는 기숙사 생활에도 잘 적응했다. 노인회관을 찾아 목욕을 해주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지난 5월 서울대 홍보단의 지리산고 방문은 그에게 새로운 목표를 심어줬다. 같은 아프리카의 케냐 출신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카마숨바 군을 서울대에 추천한 지리산고 박해성(54) 교장은 “카마숨바는 가난한 고국을 잘살게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나 최고경영자(CEO)가 꿈인 카마숨바 군은 “한국의 발전 과정을 제대로 배워 고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과 사진·김상진(중앙일보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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