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문화상품 디자이너 4인방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을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서울 인사동, 남대문시장 등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한국 관련 관광기념품들의 품질이 썩 좋지 않아요. 대부분이 가격을 싸게 내기 위해 중국에서 만든 것이거든요. 한국이 ‘디자인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한국을 알리는 기념품들이 조잡하게 만들어져 해외에 나간다면 망신이겠죠.”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건너온다는 왕소영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홍보팀장의 말이 낯설게 다가온다. 아무리 중국 상품 홍수시대라고 하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소속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싸구려 관광기념품’으로 치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명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김연수 문화상품팀장을 비롯해 김선아, 김소라, 강정은 등 모두 4명의 디자이너(사진 오른쪽부터)가 매일 문화재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명품 문화상품’은 다기세트부터 아이들의 연필, 스카프, 장신구 등 1천7백여 종에 이른다.
“늘 조심스럽습니다. 일반 민간기업의 상품 디자인과 달리 선조들이 물려준 디자인을 소재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혹시 잘못해 원래 문화재에 담긴 정신을 욕보이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또한 문화재의 고유 디자인에다 어디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 경계를 찾는 것도 고민스러운 작업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노력해도 조상들이 물려주신 ‘원본 디자인’보다 나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없으니 좌절감도 느낍니다.”(종이·문구류 담당 김선아 디자이너)
이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문화재가 가진 정신이다. 이 정신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현대의 상품에 맞게 결합하는 일이 ‘문화상품 디자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의 상설전시나 특별전시는 빠지지 않고 챙겨본다. 또한 박물관 큐레이터와 대화하고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문화재에 대한 공부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이들의 일은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만 고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것이 통과될 경우 업체 선정 등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상품으로 진열장에 오를 때까지’ 필요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그래서 네 명의 디자이너는 야근을 밥 먹듯 한다. 그럼에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민간기업 디자이너들과 달리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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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디자이너들이 ‘상품성’ 하나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 문화의 ‘정신’을 올곧게 표현하는 것을 바탕으로 상품성까지 생각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을 합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보람이 훨씬 큽니다. 박물관에서 아트숍을 꾸려가는 최초의 디자이너라는 자부심, 한국 문화를 알리는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긍지도 있습니다. 숍이 가까이 있으니 손님들의 반응을 바로 접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쁠 땐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손님들이 ‘예쁘다’며 좋아할 때죠.”(섬유류 담당 강정은 디자이너)
디자이너로서 많은 디자인을 해볼 수 있다는 것도 ‘문화재단 디자이너’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문화상품의 특성상 한 품목을 대량생산하는 게 아니라 많은 품목을 조금씩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물론 힘든 점도 많습니다. 일단 많이 디자인해야 하니 일이 많죠. 또 한 종류를 깊이 다루지 못하는 약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심어 많은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큰 장점입니다.”(금속공예·도자기류 담당 김소라 디자이너)
문화상품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어나 지금은 연매출 30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은 쇼핑을 한다. 이유는 인사동이나 남대문 제품에 비해 ‘명품’급인 품질과 디자인,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일반 상품은 수익이 ‘생명’이지만 문화재단 문화상품은 ‘문화재를 알리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없다. 따라서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한정된 문화상품 숍을 외국인들이 ‘필수 코스’로 생각하는 인사동, 남대문, 경주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역시 수익 증대보다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게 목적이다.
김연수 팀장은 “학창 시절 경주나 설악산에 수학여행 가서 기념품을 산 뒤 실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 상품들은 ‘싸구려 관광기념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팀장은 이어 “문화상품이 싸구려가 되면 우리 문화도 함께 싸구려 취급을 받게 된다”며 “우리 문화재단 디자이너들의 소망은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국의 전통문화=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문화상품 쇼핑몰 www.museumsh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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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