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에 부임한 이래 정형근(64) 이사장의 행보가 바쁘다. 지금까지 1백여 곳 이상의 노인요양시설, 병원응급실, 제약회사 등 현장을 방문했고, 공단 지사는 암행 위주로 시찰했다. 또 금요 조찬 세미나와 토요 토론회를 신설했다. 지난 3월 1일에는 본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공단의 체질 개선과 경영합리화에 주력하고 있다.
취임 7개월째인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국회의원 시절을 포함해 30여 년을 공직에 몸담았습니다만, 요즘 하는 일이 가장 보람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같이 국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공단의 체질 개선을 주문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건보공단은 국민과 직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므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특히 도입 초기인 장기요양보험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현장중심 경영에 힘을 쏟으면서 공단이 발전하려면 직원들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습경영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금요 조찬 세미나와 토요 토론회를 신설한 이유가 있습니까.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리는 조찬 세미나에는 보건의료 전문가, 시민단체, 건강보험제도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치열한 토론을 벌입니다. 지금까지 18회째 개최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가족부가 벤치마킹할 정도죠.
또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는 각 부서 현안을 두고 격의 없는 토론이 벌어집니다.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조직문화가 창조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을 반납하게 된 직원들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이젠 업무 발전과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6~2007년 연속 정부평가 결과 고객만족도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고객만족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끊임없는 직원교육과 국민불편사항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공단 고객센터가 2008년도 공공기관 콜센터 중 우수기관으로 뽑혔습니다. 건강보험제도는 국민들에게 보험료를 징수해 보험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많은 민원을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고객만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공단의 경영효율화에 어떻게 힘쓰고 있습니까.
지난 3월 1일, 공단 본부의 유사 중복업무를 고유 사업기능별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습니다. 본부조직을 20실 76부에서 18실 58부로 축소했으며, 특1급을 폐지해 6개 지역본부장을 1급으로 조정했습니다. 또 혁신적인 대규모 전보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본부 1, 2급 간부의 76퍼센트에 해당하는 56명을 교체했고, 연공서열 관행을 과감히 타파해 현장 경험과 능력 있는 젊은 간부 위주로 발탁했습니다.
또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해 ‘일자리 나누기 기금’을 조성 중인데, 이 기금으로 청년인턴을 추가로 1백50여 명 채용하려 합니다. 이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노쇠한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고효율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조의 반발에는 어떻게 대처하셨습니까.
조직을 개편하는 데는 노조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이사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노조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에 노조도 많은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은 2006년부터 3년 연속 ‘한국사회공헌대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활동을 펴고 있습니까.
2005년 3월 ‘건이강이’ 봉사단을 창단했습니다. 전국 2백2개 봉사단에 직원 1만2백39명이 가입해 있지요. 모금액 27억원을 바탕으로, 6만여 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벌였습니다. 혼자 사시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 가정 등 2천 가구를 지원하고 농어촌 13개 마을과 자매결연을 해 후원하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에도 적극 나서 공단 임직원 1천7백여 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완료했고, 각막이식 수술비 지원으로 14명이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또 최근에는 물 부족을 겪고 있던 강원 태백시에 생수 4만 통을 전달했습니다.
4대보험 통합 징수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요즘 징수통합기관을 두고 의견이 왜 엇갈리고 있습니까.
이 법안의 목적은 업무 성격이 유사한 징수 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지난해 8월의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4대보험 징수는 건보공단이 맡게 되어 있습니다. 건보공단은 전국적 조직을 갖고 있고,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한 징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통합 업무는 건보공단이 맡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건보공단의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특히 가난한 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또한 요즘 의료산업화에 따른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같이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 단일 보험자가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앞으로 장애인요양보험 시범사업과 호스피스제도까지 건보공단이 수행하도록 노력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평생건강을 지키는 기관, 세계 최고의 건강보장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정지연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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