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독설가에 가깝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린다. 이명박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의 국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지한파지만 그의 비판에는 성역이 없었다. 3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삼성전자 글로벌 비즈니스포럼’ 강연회가 끝난 직후 그를 인터뷰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이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지나치게 부풀린 기사를 내보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는 사실이 완전히 아니다. 10년 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 같은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4월 초 만약 한·유럽연합(EU) FTA가 순조롭게 타결된다면 이는 세계 각국에 한국 경제의 튼튼함을 알리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또 오바마 행정부에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원화와 유로화 스와프도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의 탄탄한 기반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 재협상 가능성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한국 경제에 혜택이 많은 한미 FTA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 한국이 먼저 비준해서 책임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 미국 국민들은 한국산 제품을 좋아하지만, 한국 제품인지 모르면서 쓰고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세력은 로비스트를 동원해서 정치인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혜택을 보게 되는 소비자들은 조직돼 있지 않다. 한국도 미국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 이들에게 한미 FTA의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한국의 홍보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지금 한국 홍보 방식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다. 정말 한국을 알리고 싶다면 홍보 전문 업체를 선정해서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편견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한국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안된다. 태권도나 김치 같은 대중적인 홍보대상 10가지를 꼽는 방식에 무척 놀랐다. 외부에 홍보를 하고 싶다면서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안된다.
금융 부문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모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앞으로의 세계 경제 전망을 듣고 싶다.
1930년대와 달리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 양상은 다르다. 1930년대 경제공황이 닥쳤을 때는 각국에서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와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방향의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하려는 경향도 강한데.
지금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 정부다. 세계 경제가 이번 위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는지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 정부는 이번 경제위기를 다루는 데 무능력(incapacity)하다. 이들은 매일매일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그들이 지금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완전히 쓸모없는(useless) 것들이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 정부가 위기극복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내놓고 있는 구제금융 방안, 경기 부양책 등은 정치적으로 매우 쉬운 결정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과 불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1990년대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미국이 이런 식의 정책을 지속하다보면 사적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해치고 생산 능력과 소비 수요를 줄여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따를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다른 나라 정부들이 비슷한 정책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보호무역을 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시장 원리를 따라야 한다. 은행들이 망하도록 해야 한다. AIG도, 시티은행도 무너져야 한다. 그러면 곧 이들을 대체할 다른 은행이 등장할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도 무의미하다.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나.
미국이나 유럽이 단기적으로 보호무역 체제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positive) 신호다. 시장경제는 그동안 작동해왔고 앞으로도 작동할 것이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권 국가들이 더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회복할 것이다.
다만 중국은 조금 문제가 다르다. 한국, 일본, 대만 등과 달리 중국에는 경제위기로 생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부 협상 공간이 없다. 중국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에 이를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업문제와 인구 증가의 부정적 영향으로 4%대에 그칠 수도 있다.
글·이상은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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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