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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행복왕 ‘빵만사’




 

“잘 지냈어요?” “별일 없으시죠?”

지난 8월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 3층에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빵 만드는 사람들 공동체’(이하 빵만사) 회원들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이곳에 모여 빵을 만든다. 여기서 만들어진 빵은 홀몸노인,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한부모가정 등에 전달한다.

“빵 만드는 법을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만 여기서 만든 빵은 정말 맛있어요. 제가 만든 빵으로 한 끼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정말 정성들여 만들고 있습니다.”

4년째 봉사활동 중인 남금례 씨는 ‘귀한 빵’을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제빵 수업을 받다가 자원봉사를 신청한 이미희 씨도 이곳에 오는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아이 보느라 바쁘고 힘들어도 봉사시간에는 빠지지 않아요. 만나는 분들이 좋기 때문에 점심 먹으러 온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올 때도 있죠. 다른 모임과 달리 이곳에서는 마음이 피로하지 않거든요. 봉사라기보다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이날은 연희동, 남가좌 1·2동, 북가좌 1·2동, 북아현동 등의 홀몸노인과 복지센터 아이들에게 보낼 식빵과 곰보빵 2백50인분을 만들었다. 반죽을 발효시키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회원들은 이내 빵 만들기에 몰두했다.

빵만사 회원은 30대부터 70대까지의 주부들이 많다. 빵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일해온 사람들도 있고, 최근 구청 소식지를 통해 빵만사 활동을 접하고 참여한 이들도 있다. 빵 만드는 장소는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지만 서대문구 주민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빵만사는 서울에 4곳, 인천 2곳의 지부를 두고 있다. 캄보디아에도 지부가 있다. 지난 5월에는 회원들이 캄보디아에 가서 그곳 주민들에게 빵을 만들어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빵만사는 6년 전 몇몇 기독교인이 뜻을 모아 빵 굽는 기기를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서울 창동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봉사에 참여했고, 이들이 만든 빵을 의정부나 포천 등지로 배달하며 빵 봉사의 문을 열었다.

처음엔 빵을 보낼 곳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해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1천원짜리 김밥을 먹으며 빵을 만들었다. 김밥값이 1천5백원으로 오르자 그 돈으로 밀가루를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밥을 줄이고 빵 개수를 늘렸다.

또 ‘작업장 가까운 곳으로 배달해야 따뜻한 빵을 먹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지역 지부들이 생겨났다. 봉사자들의 반찬거리 등을 도와주는 이들도 생겨났고 주변에서 조금씩 물질적, 비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렇게 해서 지금은 1백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자발적 봉사단체로 발전했다. 지원금은 모두 빵 재료비로 쓰인다. 또 봉사자들은 저마다 먹을거리를 들고 와서 일할 만큼 활동에 적극적이다.

현재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 3층 작업장은 서대문구청에서 지원을 받은 것이다. 빵만사가 지하주차장을 빌려 빵을 만든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서대문구청 측이 지난해 10월 말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 3층 공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빵만사는 아직도 공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봉사를 더 많이 하려면 좀 더 넓은 장소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라도 빵만사의 지부를 낸다고 하면 필요한 것을 알려드릴 수 있어요. 빵은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는 음식이라서 이런 봉사는 세계적으로 확대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순 대표는 빵만사에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꿈꾼다. 그는 그저 빵을 만들어 나눠주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빵만 나누는 게 아니라 행복한 인생도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실제로 회원들 중에는 봉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로 더 활기찬 생활을 하고 가정도 화목해진 경우가 많다.

“빵만사에서는 누군가 일을 혼자 하려고 하면 그렇게 하지 말도록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도 일감을 나눠주고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해요. 빵을 잘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거예요. 서로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거죠.”

빵만사의 문은 빵으로 행복해질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 빵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제빵왕 김탁구’만이 아니다.
 

글·변인숙 객원기자


빵만사 전화번호 010-3771-0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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